살면서...

미성이의 행복

arthe403 2023. 1. 26. 10:03

어쩌면 이렇게 행복할 수가...
너-무 좋아요.

어제 병인이가 결혼해 살 신혼집을 정한 후
집에 온 아내가 너무 좋아서 한 얘기입니다.
장마더위 가운데 며칠간 집을 보러 다니더니
드디어 좋은 집을 찾은 모양입니다.
정말 맘에 들었는지... 너무 행복해 합니다.

대학에서 이른바 '문과'를 전공한 큰 녀석,
둘째는 진작부터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데
한국적 취업대란 한가운데 있던 이 녀석은
뒤늦게 이제사 바라던 회사에 들어 갔습니다.

우리 미성이는
이 넘이 대학원 졸업을 앞둔 지난해말부터
'올 상반기에 취업해서 하반기에 결혼...'
이미 온 교회, 친구들에게 공언을 하고 다녔는데
아~!!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미성이와 주위 고마운 분들의 기도가 통한건지...

연년생 두 아들,
이 엄빠의 경험상 결혼은 빠를수록 좋은 것.
경제적 독립과 사랑하는 사람만 있으면
아빤 누구든 먼저 결혼을 허락할 것!
이같은 Ahn's doctrine을 진작에 선언해 둔 터,
여친이 있는 첫째가 이번에 직장을 가진 김에
연내 결혼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 것이지요.

강원도 산골 작은교회 목사님 가정에서 자란 딸,
서울에 와 혼자 공부하며 우리 교회엘 다녔는데
청년부에서 둘이 서로 마음이 통했던가 봅니다.
한 교회에서 미공인 연애관계였던 두 녀석들...
진작에 눈치는 챘으나 내일 일을 모르는 것이
청춘의 일상, 애매 스탠스인 엄빠에게 전달되는
교회 여러 권속들의 이어지는 제보와 목격담들...
딸없는 우리 집에 딸이 하나 들어오려나 보다...
사실 은근히 기대되는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취업난 속에 경제적 독립이라는 현실 문제로
난감해 하던 차에 드디어 이 난관이 해결되자
모두 원하는 쪽으로 상황이 급진전된 것이지요.

이 녀석,
그새 강원도로 가서 목사님께 인사 드린 후
그 딸내미까지 우리 집에 데려와 공인을 받고
급기야는 지난 주말에 춘천, 제 3지대에서
양가 상견례를 하고 혼인날짜까지 정했습니다.

아직도 철이 덜 든 이 애비를 닮아 

어질고 착하긴 하지만 

여전히 많이 어리고 쑥맥같은 우리 장남,
이 넘이 장가를 간다니 참 우습기도 합니다.
하기야... 이런 나도 지금껏 잘 살아 왔으니
이 녀석도 하나님 잘 보살펴 주시겠지요.

쓰고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배경으로 말을 좀 꺼내려다
감당을 못하고 서론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어제 오후에,
미성이가 진실이를 만나 함께 다니며
집도 보고 예쁜 옷가지도 입혀 주었답니다.
날을 앞둔 젊은 청춘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여기저기 가게들과 집들을 보러 다니니
다들 예쁘다 예쁘다 관심주고 축복도 해 주고...
빈말임을 다- 알면서도 우리 예비시엄 미성이,

나름 기분이 참 좋았던가 봅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게 맘에 쏙 드는
딱 어울리는 집까지 좋은 곳에서 찾았으니...
집에 온 미성이 기분은 하늘을 날 듯 했습니다.
"여보... 너-무 좋아요.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장마더위에 눅눅해진 공기,
새벽한기에 잠에서 깬 뒤로 그만 잠을 놓치고
이런저런 생각중에 언뜻 옆자리 미성이 얼굴...
잠든 모습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다 문득...
몇 해전에 본 '인생 20컷'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두 청춘이 만나 즐겁게 연애하며
행복한 젊음을 보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며 아기를 낳고 키워서
결혼도 시키고 남은 둘이서 늙어 가다
결국 한 사람만 남은 채 세월은 계속 흘러
무덤 봉우리 두 개만 남는 우리네 인생...
우리의 삶이 오롯이 담긴 20컷 그림,
그 안에 담긴 미성이 모습을 생각했지요.

예기치 않은,
새벽 잠깬시간에 문득 생각난 '인생 20컷',
2년전 내가 시온클럽에 올렸던 그 그림에는
몇 몇 선후배들이 댓글을 달았고 그 중에는
'나는 13.5...' 내가 올린 댓글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15th쯤 되겠네요.

근데 말입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15th 컷,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림들...
순간의 행복이 지나고 나면
그 후는 우울해집니다. 슬픔마저 입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시간에
미성이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나도 좋았지만
새벽시간, 나도 모르게 이 그림을 떠올렸고
마음이 애잔해지며 내 남은 삶도 그려졌지요.
새벽 출근길 차창을 스치는 산들 풍경 위로
오버랩 되어 떠오르는 17th,18th,19th...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
아-


이러면
너무 우울해지기만 하니...^^
다시 앞서 1st~14th 컷,
거기엔 내가 시온에서 미성이를 만나
행복하게 보낸 청춘의 시간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며
미성이를 향한 프로포즈,
처가에 인사하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해
두 아들을 낳고 지금껏 키우며 지내 온
온갖 알콩달콩한 추억들...
이런 장면들도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인생의 사계...
누구나 다 거치는 20컷 그림같은 삶,
이제 막 15th 컷으로 접근하고 있는 내 생이
16th 컷까지만은 좀 더 오-래 머물렀으면...
마음 한쪽에 이런 욕심도 차 오르고 있습니다.

영덕연수원,
회사가 임직원들을 위해 새롭게 오픈한
마음건강 명상수련원인데 지난 6월 중순경
회사의 계획에 따라 미성이와 함께 가서
좋은 환경 가운데 real 쉼- 을 하고 왔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인근 고래불 해변을 걸으며 미성이가 한 고백,

지금껏 당신과 살아오며 받은 많은 축복,
이루 헤아릴 수가 없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나이 이제 50대 후반,
지금까지 받은 그 축복들이 쌓여 지금 우리는
우리 인생, 삶에서 最高 頂點을 지나고 있네요.
앞으로 어떻게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어요?

아- 고마우신 나의 하나님,
지금껏 지내 온 우리 삶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내려가고 비워지며, 줄어들고 낮아짐을
당연히 여기며 정말 비우고 또 비우며 살겠습니다.
감사하고 베풀며 사랑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우리 꼭 그렇게 합시다.

2박3일간 쉼- 명상수련을 다녀오며

미성이와 이렇게 다짐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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