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健忘

arthe403 2023. 1. 26. 10:22

서베리아 한파로 힘든 바깥과는 달리
저 있는 여긴 꿈같은 봄날이 흐르고 있습니다.

올해로 칠순에 들어선 옛 상사님이
이제 막 회사를 졸업한 제게 주신 말씀,

  요즘 편안한 그 일상, 적잖이 어색하리라...
  자네가 보낸 삼십여년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지금 지나고 있는 그 안온한 시간들,
  주위에 그리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겠다.
  또 흘러가는 시간에 부담도 갖지 말고...
  지금은 맘껏 쉬며 즐기고 행복하기만 해라.
  충분히 행복할 만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매일 아침이면 서초 사무실로 나와
중앙, 매경 2개 일간지를 보며 1시간쯤...
그간 저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이젠 이렇게 세상을 읽으며 하루를 여는데
좀 전 내 안에서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일... ^^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찻잔을 기울이며
오늘자 신문 별지에 실린 여행특집을 보며
3월 여행엔 어디가 좋을까? 문득 궁금해져
책상위에 충전중이던 휴대폰을 쥐었습니다.

휴대폰을 켜는 그 잠깐새 주말에 겨울산행을
가기로 했던 친구가 생각나 본디 목적은 잊고
그에게 전화를 했지요. 통화를 마치고서 다시
신문이 놓인 테이블로 돌아가려다 말고... 어~?
②가 찍힌 휴대폰 Facebook 내용이 궁금해
올라온 타임라인을 다- 훑다 미국발 금융한파...
그 기사도 신경이 쓰여 증권 앱도 한 번 켜 보고,
그러다 막 떠오른 잡생각 하나.. 혹시 잊을까봐
에버노트까지 켜서 몇 자 남기고.. 닫으려다
기왕 들어온 김에 日記 몇 자도 남기지 뭐...

어제 일까지 하나하나 되새김을 한 후에야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신문을 대하니... 어?
아니... 내가 여태 뭘 한거지?
분명 뭔가를 하려 일어섰는데 그게 뭐였더라?

당초 할 일을 망실하고서 한 시간이나 딴짓하다
다시 처음으로 와서 신문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3월에 어울릴 여행지를 찾고 있습니다아- ㅠ

정말 이 어처구니없는
기억력 퇴화현상이 혹시 나만의 일인가?

이 글 쓰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다른 데로 흐르는
제 생각을 애써 붙잡으며 기어코 끝까지 씁니다.
혹 잘 못 갔다 이번엔 영영 돌아오지 못할까 해서...

 

                                                  2018.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