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남산 - 6.30일

arthe403 2023. 1. 27. 09:14

유월 마지막주 토요일,
온가족 함께 하는 교회 새벽기도.

어제 좀 무리했던 미성이는 혼절...
교회에서 보자던 병인이네도 부도,
결국 家長인 나 혼자^^ 새벽을 지켰다.

오늘이 벌써 6.30일.
내일이면 7월, 하반기가 시작되는데
지난 6개월 나는 뭘 하며 보냈던가? 아-
많이 웃으며 즐겁게 보낸 시간, 시간들...

지난 6개월을 감사하고,
하반기에도 행복한 날이 많기를,
더 많이 감사하는 연말이 되기를..
좀 더 분명한 길도 열어보여 주시길..
이렇게 간절히 기도했다.

차창 위로 몇 방울 빗물이 튄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남산으로 간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걸으리라.
우산이야 있지만, 그리하고 싶은 날.

바닥을 교체하느라 다소 어수선한 길,
그래도 이른 아침 많은 이들이 나왔다.
이어폰을 꽂고 걷는 내 발걸음도 가볍다.

지난 봄 수선화가 장식했던 개울가,
이젠 오랜지 나리꽃이 점령하고 있다.
문득 가산산성, 고등 여름수양회 가던
그 길 양켠에 핀 나리꽃들을 생각한다.
나리꽃 - 여학생 - 사춘기 ...^^

어디선가 불쑥 여윈 다람쥐 하나
좌우살펴 조심조심 아스팔트를 건넌다.
나도 어느 듯 국립극장 반환점 입구...
그래- 오늘은 좀 더 걷기로 하자.

좀 더 걸어 올라 정상으로 난 숲길,
나무계단이 끝나고 오솔길이 놓였는데
여성 한 분이 앞서 천천히 걷고 있다.
앞설까 하다 오히려 뜸 두며 뒤따라 간다.

비로 촉촉해 진 남산 숲에는 오-래전
군바리 훈련 때면 강원도 숲에서 나던
비에 젖은 산 냄새가 난다.
많이도 싫더니 이젠 청춘의 냄새라 좋다.^^

이 시간 다른 곳에도 비가 내리는지
비 소식을 전하던 CBS fm 진행자가
지금 '는개비'를 열씸히 설명하고 있다.
안개비보다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좀 전까지 여기 남산에 뿌려진 바로 그...

작년 이맘 때쯤이던가...
이 시간 이 프로에 노래 하나 신청했다가
노래는 잘리고 사연만 전파를 탔는데...
그래, 오늘 다시 도---전~

새벽, 남산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봄 내내 수선화가 피던 거기에
오늘은 나리꽃이 대신...
Susan Jacks의 evergreen...

수 많은 애청자들의 목매는 신청사연들...
나, 다시 이것에 오늘을 어지럽히지 않으리.
그냥 해 본 것, 쿨하게 맡겨두고 걷지 뭐...
그래도 나온다면 나 오늘 '계'탄 날.^^

그간 5년 가까이 한 코스만 내리 걷다가
오늘 새로이 개척한 남산 종주길 ^^...
참 좋다. 산길, 나뭇계단, 오솔길... 고루.
정상을 지나며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

산성 타위부근에 다다르니
젊은 바이크족들이 몇 몇 보인다.
썬글라스까지 멋지게 쓴 선남선녀들...
순환도로 아래로 기분좋게 패달을 밟는다.
아이고 부러운 짜식들...

정상을 넘어 이제 순환로로 내려가는 길...
프로 바이커들의 곡예주행을 앞세워
나도 다시 열씸히 걷기 시작하는데... 아-
나즈막이 깔리는 익숙한 전주...
순간 전율에 머리카락이 쭈빗- ^^
노래가 끝나고 신청글을 읽어 주는데
아- 내 id가 young308였구나...

오늘은 6.30일 바로 그 날이다.
아- 바로 그 날이다.

- 2018. 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