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59세, 여름 울릉도

arthe403 2023. 1. 28. 13:38

나의 59세, 참 좋은 시절

미성이와 울릉천국에 다녀 온 글,

정말 기대이상 너무 행복했던 일주일... 

 

 

8.27일 월 비

울릉도 가는 길.
가능하면 새벽에라도 일찍 집을 나서
가다 쉬엄쉬엄 차도 마시고 아침도 먹고...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리듬이 다른 미성이,
시간을 초월해 느긋하게 천천히 가기로 하고
우린 결국 12시가 지나서야 강릉으로 출발했다.

요즘같은 나의 시절에
좋은 날 좋은 계절 다 놔두고
이같은 빗 길에 울릉도, 독도에 간다는 거이
어찌 보면 바보같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어 버린 거, 다녀와서
오랜 희망, 올해 안식년에 해치우고 싶었고,
또 잡았던 Kosmos resort가 궁금하기도 해서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미성이와 냉큼 나섰다.

비 내리는 여수-제2영동고속도로...
아- 김새게도 정말 비가 계속, 많이 온다.
운전 중에 졸음이 좀 오는데다 입도 궁금해서
빗속에 경기광주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주룩주룩... 우산이 거의 무용지물일 만큼
사방으로 장대비를 거의 다 맞고서 얻은 간식.
커피 한 잔에 맛동산 한 봉지!^^

출발에 앞서 잠깐 문자들을 보는데
네비게이션에 문자,내일 정상 출항한단다.^^
앞서 온 카톡에는 병훈이의 밝은 표정,
캠퍼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보냈다.
병훈이 얼굴을 보더니 미성이 표정도 활짝!

2시간쯤 지나 대관령을 넘으니 비도 개이고
촉촉하고 깨끗한 강원의 초록산천이 열린다.
잠깐 해도 비치기에 혹시나 무지개가 뜰까...
오래 전 설악산 미시령에서 만난 쌍무지개!
아- 그 때만 해도 30대 말년?ㅋ

강릉에 도착해 늘 그렇듯 순두부로 늦은 점심.
초당콩마을. 지난 봄 1시간 대기열을 못 참고서...
그 때 그렇게 붐비던 식당이 오늘은 조용하다.
8월이라지만 평일에다 오후 2시반이니...

이어 강릉여객선착장(안목항) 사전답사.
부두 옆에 넓은 노상주차장엔 승용차들로 가득하다.
내일 여기다 주차하고 우리는 씨스타 5호를 탄다.

울릉도에 간다고 했더니 그새 털레모 톡방이 난리다.
도동식당 사장이 논공출신 성천이 옛 동창이라고...
가거든 꼭 가 봐야지. 어차피 밥은 먹는 거니...
또 의외의 인간극장 한 편이 나올지도..

점심을 먹은 후 어디 갈까 하다가
가까이에 테라로사 커피공장이 있다고 해서 들렀는데
가다 보니 오래전 남영이네와 같이 왔던 기억이 났다.
10여년 전, 그 때는 번호표를 받고서 장시간 기다렸다
겨우 입장할 수 있었는데 리뉴얼에 공간도 커졌다.
오래되어 실내가 어두웠던 벽돌건물 대신 큰 공간을
새로 건축해 시원스런 실내공간에서 고객을 맞고 있다.
실내 모습을 누군가의 패이스북에서 본 기억이 있다.

얼마전 테라로사가 IPO를 계획한다더니...
커피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는 듯 하다.
제대로 된 사업 하나가 이렇게 지역사회를 건진다.
박물관도 새로이 오픈했다고 포스트가 붙었다.

이번 비로 더위가 싹 물러난 8월말 선선한 공기,
평창 오는 길에 차내 계기판에 찍힌 외기는 22도.
촉촉하게 젖은 녹음과 신선한 공기가 더 없이 좋다.
오늘 일기는 종합적으로 영동은 흐림, 영서는 장대비

8시쯤 숙소에 왔더니
아시안게임 축구, 우즈벡과 8강전이 진행중이다.
서로 한 골씩 주고받으며 시종 시소게임을 하더니
결과는 연장전 3분 남기고 터진 결승골 덕분에 4:3勝
황의조의 헤트트릭에 황희찬의 결승골!ㅠ
손에 땀을 쥐며 재밌게 봤다.(이겼으니...^^)

늦은 밤 침대에서 딩굴대며 미성이와
내일 펼쳐질 울릉도와 동독행 도상훈련을 하는데
서울지역에 내리는 폭우 물폭탄에 우리의 내일 뱃길을
걱정해서 늦은 밤에 병인이가 전화를 했다.
안심시켜주고 내일 일정 마지막 점검하다.
랜트카. 독도행, 멀미약 키미테...^^


8.28일 화, 흐림

8시20분 안목항 출발. 7시20분까지 발권.
강릉까지 1시간 거리를 고려해 우리는 넉넉히
5시반쯤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6시에 나섰다.
새벽시간 직원을 성가시게 한 듯해서 미안했다.

비소식에다 여름휴가 끝물이라 그런지...
어제만 해도 만석이던 주차장이 오늘은 여유롭다.
강릉항에서 독도로 가는 배 예약도 된다고 해서
내친 김에 오늘 곧 바로 독도까지 가기로 하고
터미날 매표소에서 예약을 했다.
랜트카도 전화로 미리 예약해 저동항에 도착하면
곧 바로 인수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일들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ㅎ

병훈이가 어제 미국 휴대폰을 개통했다며
전화번호를 알려 왔다.
이 녀석도 이제 계획대로 하나하나..

드디어 울릉도행 씨스타 5호,
400여명 정원의 쾌속선, 생각보다 선내가 깨끗하다.
세월호 사고로 여객선 운항질서가 많이 정비된 듯,
유니폼을 입은 선원들의 재바른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휴가끝물에 평일, 일기불순으로 빈좌석이 제법된다.

효삼이 귀성열차표 예매 문자에 잠깐 흔들렸지만
결국 차로 내려가기로 더욱 굳게 작심하다.
그래 차로 가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으니...
올해는 애들과 그렇게 하기로 하자.

드디어 배는 출항, 바깥을 보니 망망대해.
파도를 가르고 달리는 배가 제법 좀 빠르다.
1시간쯤 지났을까? 미성이 손이 좀 바쁜가 했더니
드디어 우엑~~~!!! 뭐- 30년을 늘 봐오던 일이니...
너무 안쓰럽다. 키미테도 붙이고 금식까지 했건만.
이전 경험에 비해 당초 각오했던 것보다는 낫다.
미성이 본인이야 죽을 고생이겠지만...

배는 무사히 울릉도 저동항에 접안했는데,
독도행 배가 1시 라기에 예약한 표를 끊었다.
씨스타 1호, 묵호~울릉~독도행선 쾌속선인데
저동항에서 10분거리인 사동항에서 출항한다기에
도로사정으로 소형 아반떼를 랜트해 사동항으로.
근데 이 섬에 굴러 다니는 차량 6~70%가 동급이다.
운 좋게도 날씨, 바람, 파도 모두 나쁘지 않고
씨스타에는 거의 8~90%의 승객들로 거의 다 찼다.

한 시간 반쯤 조용히 가더니 독도에 다달았다.
독도에 접안하려면 전생에... 농담도 많이 들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수월하게 울릉도, 독도에 왔다.
섬에 올라 30분 정도 주변을 돌아보며 사진도 찍고..
작은 섬에 200여명 관광객들이 올라서 사진을 찍으니...
그래도 30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다시 울릉도로 돌아와 사동항에서 도동으로.
뭐 어딘들 다르랴...마는 그래도 재미삼아 갔
먼저 성천이 도동식당부터 갔다. 근데 사장이 없다.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사장이 안오기에 물었더니
가게 앞 원두막에서 주민들과 화투놀이를 하고 있다.
내일이나 모래 여건되면 다시 오기로 하고 Kosmos로.

멀미우려에 종일 굶은 미성이, 동정금식한 나.
따개비비빕밥, 홍합비빔밥, 오징어내장탕으로 3인분,
울릉도 별미 3가지를 1타3피로 한꺼번에 해치웠는데
맛깔스럽고 풍성하다. 깔깔한 오징어내장탕이 별미!
도동에서 북쪽을 향해 구불길을 50분 정도 운전해
스폰서 코오롱과 함께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바다가 보이는 추산언덕 위에 놓인 Kosmos 리조트.

7시쯤 도착했나?
어두워 바깥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리셉셔니스트의 프로급 친절과 품위있는 응대,
숙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입장했는데 아-
실내외 모두 흰색장식에 밝고 환하며 정갈하다.
우리가 묶을 곳은 月室이란다.
月火水木金土日 그리고 하나는 ?

 

 

8.29일 수, 흐리다 개임

기대보다도 더 편안한 잠자리..
그래도 새벽 4시반 일찍 잠에서 깨 멀뚱거리다
동이 트기에 커텐을 걷고 테라스로 나갔더니
앞엔 말 그대로 뾰족하게 송곳처럼 솟은 송곳산,
그 아래 흰 대리석 불상과 함께 세워진 성불사,
간밤에 내린 비에 촉촉이 젖은 산천초목에다
오른 쪽엔 저 멀리 멋진 바다전경이 펼쳐진다.
내 마음도 촉촉이 젖어 들며 차분히 가라앉는다.

아침 늦-게까지 감촉 좋은 흰 침대시트 위에서
딩굴대며 책보며 놀다가 8시쯤 미성이와 식당으로.
어제 소개받은 그 카페, 아침엔 식당으로 변신하는데
카페 이름이 울라(ULLA)다. ??
처음엔 스페인어 올라(hola, Hi)인가 착각을 했더니
멀리 송곳산 옆에 고릴라바위에서 연유한 이름,
식당을 내려다 보는 있는 커다란 고릴라를 보라고
울라 입구엔 크고 훌륭한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처음 소개받을 땐 간소한 부페 아침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호텔식 못지 않은 썩 훌륭한 차림이다.
정갈하고 세련된 테이블과 바다로 열린 유리창,
우린 바다 쪽으로 나란히 앉아 천-천히 아침을 먹고
수박과 커피까지 아주 넉넉한 아침을 먹었다.

코스모스 바깥으로 산책을 나서
성불사 쪽으로 난 경사로를 따라 한참을 올랐는데
아침해가 뜨면서 더워진다. 막걸리 공장이 나타나고
작은 교회가 있는 언덕까지 올랐다가 다시 복귀.
그 너머 계속 가면 뭔가 있을 듯...

간편 외출복으로 환복하고서 오전일과 개시.
오늘은 차를 가지고 북면 북쪽해안을 중심으로...
먼저 나리분지로 갔는데 평일이라 인적이 없다.
분지 자체는 그리 별난 것이 아니지만 섬 울릉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다는 점, 그 자체가 볼 거리.
나비가 아주 많다. 제법 큰 펄럭펄럭 호랑나비다.
회사일로 바쁠 땐 계절을 잊고 지낸 터라 자연에서
나비를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참 많이 본다.
추산 쪽으로 난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데 숲 안에서
이름 모를 짐승 울음소리도 가끔씩 들린다.

나리분지를 나오면서 왠지 여기가 하와이인가?
다이아몬드헤드를 갔다가 나올 때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닮은 점이라고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 ^^

해안도로를 따라 열린 짙은 네이비 블루 바다,
낡고 굽이진 길과 절벽에 쏟아지는 흰색 뙤약볕...
이 맑은 날 작은 섬에 펼쳐진 풍광이 너무 좋다.
남~서쪽 사면과는 달리 북부해안은 좀 조용하다.
이 곳의 겨울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파도소리만 정적을 깨는 눈 덮인 섬, 꽁꽁 언 땅,
외로운 섬 겨울 울릉도...
아- 추운 계절에 다시 와 보고 싶다.

순환도로 끝지점 관음도까지 다녀와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섬이 바로 저 앞에 두고
갑자기 닥친 허기에 시계를 보니 1시반이 넘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우린 천부항까지 다시 나와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는데 식당스러운 곳이 없다.
동네 특성상 외지인이 들르거나 머물 곳이 아니나
그럼에도 주변에 식당환경은 너무 빈약하다.
동네를 두어 번 오르내리며 기웃거려도 봤지만
주인도 없고 그나마 있어도 영업시간이 지났단다.

작고 초라한 입구에다 문발을 친 신애식당,
안쪽에 언뜻 사람이 비치기에 발을 걷으며 물었더니
두 명이면 자리가 있단다. 감사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들어서는 우리에게 운이 좋단다. 읍내 2명 예약손님이
지금 막 취소하는 바람에 자리와 식재료가 생긴 것.
메뉴는 따개비 칼국수 하나.
마침 옆에 식객 서넛, 주고받는 얘기와 분위기를 보니
칠순 할머니 딸과 가족들이다. 정말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를 운 좋게 우리가 오늘 건진 거라며 말을 건낸다.

직접 연둣빛 국수를 빗어 살아 있는 따개비를 까서
제대로 두 그릇을 말아 내는데 아~ 정말 별미, 맛있다.
어제 맛 있었던 따개비 비빔밥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따개비로 든든히 채운 속으로
우리는 다시 관음도로 가서 트래킹을 했다.
미성이는 힘이 들어 반 바퀴 미니코스,
나는 관음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40분 코스.
울릉도와 관음도를 잇는 긴 구름다리와 더불어
섬을 가장자리를 돌면서 동해에 펼쳐진 남색 바다.
정말 장관이다.

울릉천국, 가수 이장희가 만든 사적공간.
내가 그저 상상했던 모습과 비슷하다.
거칠고 경사진 울릉도 땅에 이렇게 단정한 조경으로
멋진 공간을 만들려면 많은 노력에 큰돈도 들었을텐데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잔디정원에 잠시 앉아 쉬는데
바람소리만 들린다. 아- 참 좋다.

4시쯤 숙소로 와서 샤워도 하고 짧은 낮잠도 자고.
근데 부근에 저녁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저기 저동이나 도동 쪽과 달리 북쪽은 그렇다.
폰으로 검색해 현포항 쪽으로 가 보기로 했지만
속을 채우는 것 외에 별 기대감은 없다.
그나마 식당처럼 보이는 집이 있어 들어갔더니
시끌시끌한 것이 예상외로 식당 분위기가 난다.
시장끼가 動해 돼지찌개를 주문해 요기를 하고...
올 땐 매끼 울릉도 별미를 챙겨 먹으리라 계획했는데
계획이나 생각이나 희망은 자유, 현실은 현실...^^

주문하고 기다리는 가운데 식당자리가 다 찼다.
마침 TV에서는 베트남과 축구 준결승이 한창이다.
별거 아니었을 경기가 박항서 감독이 맡으면서...
베트남, 지금껏 선전했다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현격한 한 수 아래.

어느 듯 해가 지고 어둠과 뒤바뀌는 시간,
어제는 그냥 지나친 숙소 입구카페, 들어갔더니
서울 어디에 내놔도 어색하지 않을 세련된 공간.
물론 그만큼 가격도 서울스러워 아~주 쎄다.
아메리카노가 5K, 라떼가 6K. 다른 무엇은 6.5K...
신선한 야외에서 마시려 데크로 나갔는데...
우아~. 송곳산 아래 해질녘 석양을 배경으로
숙소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 바리스타女에게 부탁해
코스모스의 멋진 배경을 담아 몇 컷을 찍었다.

활동량이 많았던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편안한 침대 위에서 각자 딩굴며 여유롭게 쉬는데
정성투어, 10월초 캐나다여행 관계로 연락이 왔다.
모객이 잘 안되어 다른 대체상품을 소개해 주었다.
미성이 의견으로 미국일정 생략하고 대신
토론토 은혜네에서 머물며 5일을 더 있기로... 굿!

우리 병인이, 울릉도 비를 걱정하며 전화했다.
서울에 종일 물 폭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린 바람에
여기 울릉도 날씨까지 걱정하기에...
물론 진실이의 지혜로운 코치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 녀석과 이런 낯선 대화를 주고받으니 기분이 좋다.

 

 

8.30일 목 대체로 맑음

어제, 그리고 간밤에 서울은 물폭탄이라는데
우리는 절묘하게도 맑고 평온한 울릉도에 와 있다.
여기도 오늘 오전에는 비가 지날 거라고 했지만...

실크로드에서 만난 김찬호씨가 안부를 전해 왔다.
지금 백두산을 여행 중인데 天地 사진 2장과 함께...
잊혀지는 관계로 생각했는데 이 같은 연락이 고맙다.
서로 좋은 감정의 자연스런 교류가 아닐까?
9월에 시간을 만들어 한 번 보기로.

성불사,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어~디가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분명 그 절과는 다르겠지만
내 마음속에 메아리 울리는 그 성불사...^^

비가 온다더니 오히려 초가을 맑은 날씨,
내게 너무나 좋은 쉼을 주는 울릉도 날씨들...
울라에서 정갈하고 넉넉한 아침과 여유로운 다과,
오늘은 바다가 열린 코스모스 정원으로 나갔다.
촉촉한 햇살에 남빛 바다, 맑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
아~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기대이상 행복감에 기분 좋은 산책을 하고서
미성이와 바다를 보며 코스모스 링에 앉아 쉬는데
나이드신 부부가 우리 둘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둘이 앉은 포즈가 너무 그림 같다고...
병인이 프로필사진 제주도 모드로 몆 장을 찍고
우리도 그들의 각종 포즈를 잘 담아서 찍어 드렸다.

점심,
좀 멀어도 남면으로 내려가 도동식당에서 약속한
산나물비빔밥을 꼭 챙겨 먹으려 했는데
터미널에 배가 도착했는지 완전 돗때기 시장이다.
부근에 주차는 꿈도 못 꾸고 다시 만만한 저동으로...
오늘은 울릉도 오징어 불고기로 맛있게 얌얌...

울릉도 날씨는 어느 듯 땡볕 한여름으로 회귀했고,
숙소에서 쉼- 보다 더 나은 곳을 찾지 못한지라
오후는 숙소와 바리스타女 카페에서 쉬며 놀기로.

울릉도의 매력,
좀 거칠고 깐깐한 듯 하지만 志操도 느껴진다.
한 번 마음주면 절대 변치 않을 그런 곧음...
내가 가본 섬 동네가 많진 않지만 나름 매력있다.
깨끗한 햇살, 남색 쪽빛 먼바다에 하얀 파도...
기름끼가 조금 덜한 포르투갈 해안 느낌도 있다.

숙소에서 책도 보고 폰으로 놀다가 다시 정원에...
1년후 배달한다는 느린 우체국이 여기에도 있다.
우리 가족에게 몇 자 쓰고서 먼저 사진에 담은 후
우체통에 넣는다는 것이 넣은 뒤에야 생각이 났다!
4시가 지나도 여전히 강한 햇살이 남아서 제법 덥다.
정원 가장자리 데크 휴식의자에서 쉬고 있으려니
이번엔 젊은 커플이 우리 둘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근데 오늘은 왜? 그래도 오전 사진보다도 훨 낫다.

병훈이가 어제 저녁에 담당교수, 연구실 동료들과
회식하며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 왔다.
교수얼굴을 보니 부리부리 무섭게 생겼다.
사진 배경을 보니 한국식당에다 삼겹살 메뉴.
뒤에 보이는 냉장고엔 소주도 언뜻 보이고...^^
게다가 각국 선수들이 다양하게 모인 멜팅팟!
우리 병훈이, 잘 하리라 믿는다.

이제 저녁 먹으러 가는 길,
마침 저기 동해로 떨어지는 낙조를 담았는데
여기와서 가장 실감나는 그림이다.
어제 저녁 그 집에서 오늘은 오징어 내장탕으로.
돌아오며 어제 그 카페에서 또 들렀는데
오늘은 뭘 마셨더라?...

미성이가 캐나다 은혜네와 카톡방을 개설했다.
골프를 비롯해 재밌는 꺼리를 많이 생각해 두겠단다.
은혜와 금 서방이 진심으로 우릴 반겨 주어서
정말 고맙다.

 

 

8.31일 금, 울릉도엔 비, 서울엔 개임

8월 마지막 날.
그리고 우리가 서울로 돌아가는 날.
어제 예보대로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저 멀리 바다에도.. 이 정도면 장대비라 불러도 되겠다.
차라리 하루쯤은 이렇게 비내리는 날이면 더 좋다.
바람이 없으니 여름비 좋은 감상이 물씬 와 닿는다.
오늘은 흰 라코스테 폴로티에 블루진으로
미성이와 커플룩으로 입어 보았다.
근데 비가와서 뭐... 누가 봐 주겠나?

울릉도에 왔다 가는 것이니 기념품, 엿을 사야...
저동항으로 나가면서 두 군데 공장에 들러 엿도 사고
터미널에서는 미성이가 오징어와 나물도 사고.

날씨가 괜찮으면 차를 일찍 반납하고서
저동 인근에 걸어서 갈만한 곳 좀 다닐까 했더니
비가 그치지 않아 차를 반납하고 여행가방 때문에
결국 터미날에서 배탈 때까지 시간을 보내며 쉬었다.

오늘 강릉으로 가는 배는
화요일에 우리가 타고 온 바로 그 씨스타 5호.
오늘은 다행히 미성이의 멀미가 조용하다.
귀가 길이어서 그런가 배에서 3시간이 지루하다.
책을 보다가 결국 잠깐 졸았다.
안목항에 도착하니 저녁 6시.

강릉에서 서울로 가는 길,
금요일 저녁이니 밀리는 걸 감안해
우리는 횡성에 들러 한우로 저녁을 먹기로.^^
시장한 둘이서 채끝 2인분에 된장찌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곳. 굿!

밤길을 운전해 집에 도착하니 10시반,
우선 대강 짐 정리를 마치고 자려니 12시다.
종일 동선을 생각하니... 많이 피곤하다.

 

 

9.1일 토, 맑음

피곤하지만 그래도 새벽기도.
나의 진로와 미성이의 건강한 삶과 신앙,
유학나간 병훈이의 정착, 건강과 신앙,
우리 병인이 진실이 예쁘게 잘 살기를 간구하다.
요즘 나의 기도와 신앙... 아무리 곱게 봐 주려해도
지난 해만큼 절실하지가 못하고 열씸이 약하다.

전도회 남산 트래킹,
엊그제 왠지 구 집사가 산행이 취소됐다 해서
그런가 하고 그냥 곧장 집으로 가려했는데
몇 몇 분들이 가자고 해서 내차로 남산행.
다리가 불편하신 정 집사님도 있고
오늘이 남산 첫 날임을 감안해 하프코스만.
일찍 마치고 남산 비빔밥으로 9시경 마무리.

나는 집으로 가서 다시 남산행 장구를 챙겨
털레모 남산 트래킹을 위해 장충파출소로...
택시로 달렸지만 결국 10여분 늦는 바람에
본진과 합류하는데 시간과 애를 많이 먹었다.
털레모 친구들과 첫 조우, 그간 많은 톡으로
충분히 소통해 온 덕분에 낯설지는 않았다.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둘레길 전체 한 바퀴에 半은 내 전문코스지만
나머지 반은 내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던 코스.
친구들과 얘기하며 걸으니 오늘 날씨와 함께
참 즐거웠다. 어디서 이런 행복을 누리겠나?...
3시간 트래킹 후에 다시 장충동으로 돌아와
우리는 원조 위에 원조라는 진짜 참 장충동
족발집과 태극당에서 서울시민이 되었다.

태극당 2층에서 구식커피와 팥빙수를 먹으며
즐겁게 한담을 나누는데 옆에선 멘토링이 한창.
시니어 한 분이 청춘 예닐곱을 데리고 있는데
얘기를 나누면서도 한쪽 귀로는 그 쪽에 맡기고...
주로 청년들의 진로에 대해 묻고 답하다가

 

점점 기업조직에서 대화의 주제가 인사로 몰린다.
누구인지 몰라도 대면하면 앎직한 분일 수도...^^

독일서 온 최 장로님 아들 영준이 결혼식,
다녀 와서는 아시안게임 한일전(야구와 축구)을
열씸히 보고(모두윈), 내일 예배기도 준비후
병인이가 사 준 갤럭시워치를 세팅하느라...

백수의 아~주 즐거웠던 한 주간 휴가
끄~ㅌ!!!

 

 

                                   - 2018.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