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慕
엊그제.
조금 일찍 퇴근했기에 책이라도 볼까 서가에서 책을 꺼내다가
저기 한쪽 구석에 꽂혀 있는 대학시절 Diary를 발견했지요.
1985년 - 군 제대후 복학생이었던 4학년 시절 쓰던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몇 장을 건성으로 넘기던 중에
갈피 사이로 아내가 장난으로 쓴 낙서조각도 보이고
오래 전 멀리 미국간 친구로부터 온 엽서도 곱게 접혀져 있네요.
그 다음 장. 그 해 10月 某日 빈 자리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낯 익은 시 한편.
思慕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 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이제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 조지훈
감수성 많았던 옛 청춘의 흔적이라도 발견한 듯
기쁘고 흥분되고 야릇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 2008.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