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5일장
12일, 정선 5일장 유람기
언제 꼭 한 번 시골 5일장을 가보고 싶었는데
자유로운 영혼 3년차에야 비로소 소원 풀었다.
부슬부슬 봄비 내리는 길에 기대 만땅하고서..
시골장터는 이미 현대식으로 바뀌어 시장위로
빈틈없이 뚜껑이 덮혔다.우중에다 비상사태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산하고 을씨년스런 끼도
감돌았지만 이 정도가 우리에겐 딱~이다.
시장 중앙을 향해 동서남북으로 문이 열렸고
사방으로 줄지은 가게와 난전이 꼬리를 문다.
난전 양켠 좁은 길로 미성이 앞세우고 다녔다.
온갖 먹거리, 약초, 작물들...
눈길 닿는대로 그냥 모두 쓸어담고만 싶다.
몇 줌 산초와 나물모듬 앞에 습한 겨울냉기
견디는 노인네들이 여간 안쓰럽지가 않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성이 걸음걸이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저 앞만 보고 가는 그녀 옆에 내 좋아하는~
제발 저 고추부각만큼은 좀 사면 좋겠는데...
눈길 주지 않고 지나친다. 대체 뭘 찾는 걸까?
저 멀리서 퍼지는 뽕짝소리~ 카세트 노전이
그나마 우중장터 우울한 분위기를 가리는 듯...
앞을 막 지나는데 피리부는 사나이로 바뀌었다.
문득 송창식을 좋아하는 姜 얼굴이 떠오른다.^^
도꼬마리... 작은 소쿠리에 소복이 담겼다.
내 어릴 적 경상도에서도 도꼬마리라 불렀던가?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모양만은 선명하다.
아하~ 천하의 미성이도 모르는 것이 있나보다.
말굽버섯도, 하수오도 실물은 처음 본단다.
미성이 뒤를 졸래졸래 따르다보니 문득 어릴적
어머님 생각이 난다. 그럴 듯한 구경거리에다
따끈따끈 김이 나는 갓 만든 부산오뎅~^^
점심은 회동집에서...
맛집 지존 백종원이 왔다간 집이란다.
가게 앞에서 잠시 줄서서 기다리긴 했지만
기대이상으로 실하다. 맛있고 깨끗하고 친절하고
밝고 활기찬 분위기까지... 어디 나무랄 데가 없다.
주인총각 추천으로 콧등치기와 모듬전을 주문해
맛있게 먹고 기념사진도 찍고... 최고의 선택이다.
점심을 먹고나서야 본격적인 미성이의 시골장터
쇼핑스프리가 펼쳐진다. 호박과 가지말린 것, 황기,
더덕, 무말랭이, 대추, 호도.. 내가 좋아하는 부각은
좋은 것이 없다고 시장을 한 바퀴 더 돌더니 결국
처음들른 노전에 다시 돌아와 한 봉지를 샀다.
내 입맛살려 세상살기가 이리도 어렵다.ㅠ
가게 아주머니, 코로나바이러스로 고객이 줄어
아쉬터에 그래도 찾아와 많이 사주어 고맙다며
오가피를 한봉지 그냥 찔러 넣어 주신다.
문학작품에서나 만나는 옛 시골장 풍류는 없지만
그래도 행복감 가득 안고 봄비 촉촉한 산천대지,
안개구름 산허리를 둘러 사뭇 신비감 마저 감도는
비탈 산길을 천천히 운전해 숙소로 돌아왔다.
- 2020. 2.14

정선장터에 다녀오다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