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램

지금 그녀는 어디 있을까

arthe403 2023. 1. 13. 14:46

"지금 그녀는 어디 있을까?"

 

런던에 주재하면서 해마다 두어 번씩은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데
연초 한남대교 끝단에 있었던 커다란 Outdoor 광고물에서 본 Copy입니다.
 

내 나이 - 희끗희끗 변해가는 머리카락을 이제 더 이상 새치라 할 수도 없는 中年.
眞 40代 마른 가슴에 쟁여 둔 아스라한 추억을 기습적으로 타격했던 이 도발적인 글!

 

지금 그녀는 어디 있을까?

 

가을 끝자락.
된서리 내린 아침 출근길에 어울리지 않게
이 물음이 가만히 내 마음을 Knock 해 왔습니다.
어찌 감당할 길 없는 예상치 못한 도발이었습니다.
 

건조한 현실에 반발하는 본능적인 생리현상인지,
정말로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혹은 둘 다인지...
이렇듯 무시로 옛날을 추억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훗날에
온전한 모습으로 참하게 늙어
보석같은 추억들을 꿰면서 살고 싶습니다.
정말 그렇게 늙고 싶습니다.
 


지금 그녀는 어디 있을까?
 

지금 어딘가에 있을 그녀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다면,
스무 살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늘어만 가는 눈가 주름과 흰 머리카락으로
내 스타일이 자꾸만 자꾸만 구겨져 가고 있지만
그 언젠가 있을지 모를 그녀와의 조우를 생각하면
정말 그 순간을 생각하면
비록 힘이 들더라도 본디 나의 모습을 잘 간직할 노릇입니다.
아니 노력할 일이겠지요.

아침 출근길에 잠시 엇나간 잡념 한 가닥,

어찌 제대로 수습할 수 없이 끈 풀린 마음의 행로는

어느 듯 추억에 다달아 있습니다.

 

 

                                             - 2005.11.18 런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