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he403 2023. 1. 23. 11:52

어제오늘 미디어에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는 회사 某 임원의 불의의 사망.

어제밤 조문차 병원에 들렀다가 서울 집에서 자고 아침에 탕정으로 왔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예상치 못한, 당혹스런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가까이서 함께 하면서 그 분의 내면을 볼 기회가 있었던 터라

이런 저런 일을 생각하면...

····

 

아침 운전길 라디오에서 아주 익숙한, 감미로운 음악을 하나 들었습니다.

Amsterdam Sur Eau - 물위의 암스테르담

1980년 2월, 서울의 봄이니 어쩌니 하며 사회가 온통 시끄럽던 시절.

학교앞 찻집에서 이 곡을 처음 듣고서 얼마나 좋았던지...

음악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런데 그것이 벌써 30년전. 내 나이 이제 50세.

그만큼 세월이 또 지나 30년 후엔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과연 내가 이 땅위에 있기나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출근했습니다.  

 

서울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으로 내려오다 보면

'망향'이란 고속도로 휴게소가 천안IC 바로 전에 있습니다.

아주아주 오래전 흑백TV를 보며 지내던 시절에

TV연속극 가운데 '종점'이란 일일드리마가 있었는데

당시 젊었던 이정길이 '망향'이란 작은 주점 앞에서 서성이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벌써 오래전. 30~40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래도 어렸던 내게 이상하게 각인된

그 '망향'이란 생소한 단어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있더니

요즘 이렇게 해서 매주 오가며 길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말 근무지를 아산(탕정)으로 옮긴 이래 줄곧 바빴습니다.

몸만 바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많이 긴장하며 마음이 무거웠지요.

지난 토요일 귀가했더니 아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빙긋이 웃으며

이제 좀 나아진 듯 보인다며 지난 한 달간 안스러워 도저히 눈을 못 맞출만큼

얼굴이 굳어 있더라면서 이제사 다소 안도의 내색을 비쳤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나아질 일일테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뭐.

늘 재미있기만 하고 즐겁기만 하고 맛난 것만 취할 수 있겠습니까?

취한다 한들 그것만이 행복이겠습니까?

 

일로 인해 많은 시간동안 집을 떠나 있게 되면서 내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리고 애들과 아내가 나를 대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더 각별해진 것 같습니다.

나를 챙기는 아내의 눈길에, 말씨에, 마음 씀씀이에 예전과 다른 살가움이 듬뿍 묻어있습니다.

이런 건강한 변화가 향후 나의 긴 인생에 좋은 추억으로 채색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10.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