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들이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왠지 불쑥 불쑥
이런 불량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애비가 되어.. 못났기도 하지요.
말도 안되는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건 사실입니다.
어느새 이 나이,
나름 열씸히 산다고 살아왔고
지난 세월에 별 아쉬움도 없지만
이 넘을 볼 때면 그래도 한 번씩
이런 마음이 도집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랬지요.
간밤에 늦게 귀가한 이 녀석과
내차로 함께 출근했습니다.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나는
잠 덜 깬 대화 몇 마디 주고받다
이내 고개 떨구고 잠에 빠진 아들,
이 넘을 보는 순간 오늘도 나는
내가 내 아들이고 싶었습니다.
이 넘 나보다 어디가 더 낫거나
유별나게 뭘 해서가 아닙니다.
얄미울 만큼 지 앞가림 잘 하고
좋은 환경 꿈같은 시절을 사는
이 녀석의 20대 젊음이 부럽거나
지 단도리 잘하며 꿈을 좇아가는...
뭐 이런 것도 다-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웬만한 젊은 것들
이 정도야 누구나 다 하지요.
솔직히 이 나이 되기까지 나는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그거 하나 제대로 모르고 살았는데
이 넘은 지 좋은 것 너무 잘 알아서
무슨 일 있어도 손에 넣고야 말지요.
꼭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심 이건 좀 부럽기도 합니다.
기실
내 아들이고 싶은 주된 이유는,
이 녀석에게는 너무나 좋은 빽~,
바로 나, 이 아빠가 있어서 입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원하면 언제나 맘껏 기댈 수 있는,
이 아들을 위해선 뭐든 준비가 된...!
그 자가 바로 나이기에 진실로...
그가 정말 좋은 빽, 애비라는 것은
나도 아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나를 닮은 구석이라고는
도무지 찾기가 어려운 이 녀석,
아직도 많이 어리고 서툴기만 한
이 아들을 질투하는 못난 50대,
아- 나는요
이 넘의 잘난 애비 그거 말고
나같은 아빠를 가진 내 아들,
바로 그 녀석이고 싶습니다.
- 2017.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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