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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봄날

by arthe403 2023. 2. 2.

#봄날 
 
오늘 아침,
삼성병원에서 미성이 나오길 기다리며
저녁 강의 '갈등', 발표과제를 생각하다
요즘들어 秀作 에세이를 마구 쏟아내는
퐝 박 선생의 반듯한 문투가 생각나
흉내를 내봤는데 바른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도~^^ 
 
** 
 
요즘이야 달라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나 밖에서나 난 참 말이 없었다. 말주변이 없는데다 안하는 버릇하다보니 중년에 이르기까지 자타 나의 특성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모두 치열한 사회생활, 바쁜 회사업무 탓이려니 생각해 미성이와도 연애포함 30여년을 잘 지내왔다. 그러다가 10년전 언젠가 회사에 사정이 생겨 일찍 퇴근해서 둘이 저녁도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얼마간 주어졌다.  
 
이같은 좋은 소통 여건에서도 여전한 내 모습에 뭔가 문제를 인지한 우리 미성이, 하루는 출근하는 나를 붙들고 "오늘부터 퇴근하실 때 이야기 3개씩만 건져 오세요. 이왕이면 재밌는 걸로.^^."  
 
내심 별스런 숙제를 낸다 싶었다. 이 분주하고 건조한 회사 일상에 무슨 재밌는 얘깃꺼리가 있을 것이며 설사 있다손쳐도 내 말주변에 뭐.. 이런 생각에 며칠을 그냥 흘렸더니 결국 미성이가 챙기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부담되는 며칠을 더 버티다가 언제부턴가 퇴근길에 하루를 엮으며 손가락 꼽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평생의 내 모습이 쉬 바뀔 리는 없을 터.. 하루는 미성이가 말을 꺼냈다.  
 
"여보, 거창한 얘기말고 이렇게 해 보세요. 가령 오늘 점심은 어디서 뭘 드셨는지, 누구랑 먹었는데 어떤 분인지,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보세요. 벌써 세 가지 잖아요."  
 
내게 무슨 큰 기대보다 소통, 어떻게든 내 입에서 말꼬를 트게 해 줄 궁리로 꺼낸 미성이의 지혜.. 그 노력과 약발이 뒤늦게 통했던지 요즘은 종종 입 헤픈 남편이란 말도 듣는다. 개과천선, 그래도 이게 어딘가..^^ 

- 2022. 4.20

정말 오랜만에 미성이와 아파트 공원을 산책했다. 라일락, 영산홍, 겹벚꽃, 철쭉.. 이 만발하고 봄나무 연초록빛이 곱다. 살랑살랑 봄바람까지..

오늘 저녁 강의에서 발표할 과제 일부, 10년전 에피소드도 하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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