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7시.
밤샘 게임을 했는지... 아직도 잠을 뿌리치지 못하는 둘째 녀석을 뒤로 하고
큰 녀석만 데리고 목욕탕 가는 길.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가
"아빠 캐릭터는 '낭만'이예요."
무슨 말끝에 이 녀석이 내뱉은 말입니다.
'어라? 이 녀석 봐라...'
"엄마아빠 두분이 평소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그리고 아빠가 하시는 그 옛날스토리를 듣다 보면
아빠가 참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 녀석에게 보여 준 평소 모습이나 생활환경,
내가 생각하는 나의 image와는 좀 다른 의외의 표현이어서...
"잘 됐다. 말 나온 김에 그럼 병인이가 생각하는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
그거 한 번 들어 보자."
"아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평소 생각인지 아니면 그냥 나오는 말인지
"아빠는 굉장히 성실하세요. 저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어떤 때는 고지식한 면도 분명히 있어요.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 아빠나 아빠 연령대의 어른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나이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하고 삶을 낭만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고...
보통 어른들에게서 느끼는 꼰대같은 면이나 권위, 거리감이 없고... 그래서 편한 것 같고...
결론적으로 나쁜 점 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가 좋아?"
"예, 아빠 좋아요..."
결국 큰 녀석 팔 비틀어서 억지 칭찬도 받아 보고...
비오는 날, 이렇게 부자가 함께 토요일 아침 목욕탕 순례를 다녀 왔습니다.
이 녀석... 그 동안 덩치만 컷지 아직은 아빠 품안에 있구나... 안도하면서.
2009. 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