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도 겨울,
그 해 성탄절에 우리교회 주일학교에서는
인근 화원교도소에 위문을 가기로 하였지요.
당시 저는 국민학교 2학년, 불과 8세.
앞산아래 대명교회 유년부에 다녔습니다.
온교회가 참여한 성탄절 교도소위문이었지만
8세 어린애가 실제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짧은 요절 한 절을 암송하는 것.
그 때 외웠던 성경말씀이 바로 오늘
천주대장이 올린 요한복음 15 :7절 말씀.
8세 때 주일학교에서 있었던 별난 계기로 인해
50년이 흐른 지금까지 제 영혼을 점하고 있지요.
그 때 그 성탄위문공연,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린 실수로 인해 제 인생에 큰 교훈만 남기고
메인 이벤트에는 결국 끼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요절 한 절 암송하는 역할에 불과했지만
그 일을 위해 매주 토일요일마다 교회가는 길,
한 겨울 논바람, 앞산 골바람을 맞아가며
몇 주간이나 연습하고 또 외우며 준비했는데...
당일 아침... 9시에 교도소로 출발키로 했지만
이 꼬맹이 그만 늦잠으로 지각 도착하는 바람에
결국 위문단에 합류하지 못하고 말았지요.
그 후,
저는 주일학교에서 지혜로운 다섯처녀를 배웠고
아! 내가 바로 미리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다섯 처녀였음을 알았습니다.
어린 날 성탄절 아침 그 일로써,
하나님은 미련한 내게 "나는 너를 알지 못하노라"는
겁나는 메시지를 맘속에 담아 경계하게 하셨지요.
살다가 한 번씩 이 요한복음 말씀만 보면,
매년 성탄절에 교회행사를 준비할 때면,
또 지혜로운 다섯처녀 예화를 볼 때면
제 맘속에는 때를 놓쳐 잔치에 함께 하지 못한
어린 날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답니다.
천주대장 덕분에...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 요한복음 15:7
- 2017.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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