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일(토)
오늘도 숙면, 새벽 5시에 눈 뜨다.
뉴스를 좀 보다 가방정리, 메모, 독서.
쾌청한 날씨에다 아침공기도 깨끗하고
컨디션마저 좋아 은근히 기대되는 하루다.
근데 새벽 꿈에 차에다 내 가방을 두고 내려
교회 신 장로님과 허둥대며 다시 찾으러 갔는데...
이건 뭐지? 또 개꿈하나 꾼 모양이다.^^
특별히 소지품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자!
원래 일정의 '초원관광', 눈(雪)구경으로 갈음.
"고비사막 끝에 광활하게 펼쳐지는 대초원"
가이드가 그럴 듯하게 소개했던 그 색다른 풍광은
어제 내린 눈으로 가려져 상상 속의 초원으로...^^
그렇지만 2시간 버스 길로 저 천산산맥을 넘는다.
눈 덮인 천산산맥을 넘어가는 2시간 길.
저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초원 초입에
미래동력, 태양광 패널이 넓게 깔려 있다.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더니 뭔가 읽어 준다.
류시화의 글, '내 영혼의 여인숙'이라는데...
이 친구 나름 필이 꽂혔던지... 혼자 낭독한다.
무슨 말 끝에 자기는 일어, 중국어, 카자흐...
5개 국어를 한다고 너스레도 떤다. 그러다가
과거 어느 지역 조폭들도 모신 적이 있다며
그 일화를 전하며 재롱을 부린다.
우리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 친구 모습을 보며
지금껏 내 안에 쌓인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다.
그래 이 기회에 2마리 개 모두 부숴야지...
장시간 버스 길, 개인 볼 일로 잠시 정차.
천산산맥을 넘는 유일한 길이라 해서 기념샷!
계곡 가운데에 놓인 왕복차선이 아주 험하다.
이어지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1차선을 넘어
예사로 앞차 추월을 하는데 아찔하다.
저 꼭대기에서는 바위가 곧 굴러 내릴 듯,
험산과 협곡, 절벽이 겹겹이 휘장을 둘렀다.
절벽에 얹혀 있는 바위표면에 녹이 묻었는데
혹-시 과거에 이 지역이 철광석 산지였던가?
양지에는 잔설, 바깥 기온이 찬 모양이다.
길이 험해서 버스가 많이 튄다.
미성이가 함께 있다면 멀미 참 많이 하겠다.^^
저기 산록엔 검은 소들이 한가로이 풀 뜯는데
설중에 빈약한 풀이라 그런지 많이 야위었다.
이 풀엔 소금기가 있어 여기서 자란 양, 고기는
노린내가 안나 신장 양고기를 최고로 쳐 준다.
모레 우리는 바로 이 양고기 바베큐를 먹는다!
여긴 9월부터 겨울이 시작된단다.
이 지역 유목민들은 주로 카자흐 족인데
집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 주요 이동수단이다.
이어지는 전봇대를 보니 전기는 공급되는 듯.
갑자기 우리 버스 앞에 양떼가 길을 막는다.
심지어 버스를 보고 놀래서 뛰는 놈들도...^^
초원이 설원으로 바뀐 어느 지점에 내려
우리는 저 멀리 만년설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설산아래 파란하늘, 그 아래 설원을 거닐며
청량한 공기를 맘껏 들이켰다.
가이드 K, 오늘 일정에 함량이 부족하다 느꼈던지
몇 번이나 오늘은 '관광보다는 자연학습'이라고..
(알아요...^^ 설산 맑은 공기가 차라리 좋았쑤!)
이 광대한 자연,
여기서 서울의 일상을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
아- 아무리 재미있는 지옥이라지만...
우리가 놀던 설원 앞에는 펜션 몇 개가 있는데
원하면 1 night stay로 초원을 즐길 수 있단다.
양도 하나 잡고 여름엔 밤 하늘에 별도 따면서...
아- 정말이지 나는 그런 여행이 더 좋은데...
별, 하늘의 총총 별을 나도 보고 싶다.
2006년도였나...?
그 때 케냐에서 왜 내가 밤 하늘 별을 놓쳤을까?
국립공원 롯지의 밤하늘도 이 곳 못 지 않았을 터.
오래 살다 보면 머지않아 기회는 또 있겠지.
몽골... 그 때도 혼자서 가야 하나?
우리 모두,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눈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갤럭시9, 나의 폰 카메라가 위력을 발휘한 순간!
사진이 정말 그림같이 잘 나왔다.
초원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왕복 1차선, 저 앞 오르막을 엉금기는 큰 트럭,
그 뒤로 차량 수 십대가 줄줄이 거북이 걸음이다.
거기다 무공해 양, 소 떼들도 수시 출몰하고...
다리를 저는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소를 몰고,
저 외진 골짝에 노무자들이 도로를 보수한다.
이들의 행색은 비록 형편없이 남루한 모습이나
절벽아래 일터에서 땅만 쳐다보며 본분을 한다.
다 함께 이 지구라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저들은 누구며 서울의 삶을 사는 자는 누군가?
서울... 현상을 부인하고 떼만 쓰는 나날들...
오늘날 서울 정치사회의 민낯을 고발한다.
이 땅에 진정한 정의란?
버스는 계속 달리는데
어르신들 가방에서 과자가 자꾸만 나온다.
내 백팩에서도 젤리와 청포도 사탕을 꺼냈다.
저 멀리 하늘이 너무 푸르다. 공기도 좋고.
문득 돌아보니 다들 피곤한지...
또 다시 버스안이 조용해졌다.
돌아가는 길도 2시간,
이렇게 왕복 4시간 먼 길인 줄을 알았더라면
책이나 이어폰을 챙겨 왔을 터... 아쉽다.
가다 보니 길가 여기저기 볼 일보는 이들...^^
어? 우리 버스도 갑자기 정차하더니
주위 나무가 많지만 각자가 알아서 하란다.^^
아... 이래저래 재미있는 곳, 즐거운 여행...
점심,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맛있게.
(이상하게도 여기 음식은 모두 입에 맞다)
현지 사정으로 내일 저녁 옵션이 취소되었단다.
여행 안내지를 보니 '트루판 승전가무쇼'다.
아이고... 많지 않은 가이드 옵션 가운데서
그나마 제일 기대했던 것이라 좀 아쉽다.
오후 일과를 앞두고 호텔에서 1시간 휴식.
그렇지 않아도 폰 배터리가 부족했는데...
샤워를 하며 충전도 하고 책도 보고...
아- 정말 요긴하게 잘 쉬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오후 일정은 회왕릉과 하밀박물관.
청나라 시절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인정해
이 지역 통치를 맡기며 시작된 하미왕조.
1697년부터 9대에 걸쳐 200여 년간 이어지다
청나라 쇠망과 함께 이 왕조도 사라지고
지금은 40여기의 왕릉으로 그 흔적만 남았다.
후손들은 이 왕릉을 지키는 것을 業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단다.
이 지역 하미는 이슬람교 신봉지역이라
이슬람을 뜻하는 回자를 넣어 回王陵이란다.
전시장에 작은 쇼윈도우가 있는데 그 안에
최근 시진핑과 김정은 정상회담 사진이 실린
인민일보 1면이 전시물 가리개로 쓰여졌다.
내가 이 곳까지 와서 별 것 다 보는구나.
경내에 이슬람 회당이 있어 잠깐 들렀는데
바깥은 열기로 아주 덥지만 안은 꽤 시원하다.
현재도 이슬람 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실내엔 모두 108개의 열주가 세워져 있다.
불가의 염주도 '108'! 혹 무슨 관련이라도...?
우리 일상에서 종종 만나는 숫자 108과 153,
153이야 갈릴리 바닷가에서 제자 베드로가
예수님 말씀대로 던진 그물에 잡힌 물고기 수.
어이쿠- 이 송구, 민망스런...
"사원에서 사진촬영은 금지!"
내가 이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건만
그 동안 회교사원 내부가 적이 궁금했고,
또 나처럼 궁금해 할만한 다른 이들을 위해
사원내부를 '바깥으로 나와' 한 장 담으려는데
그만 옆에 서있던 경비가 보고서 지적을 한다.
생각해 보니 어디서 찍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원 내부를 드러내는 그 자체가 불경이다!
아- 정말... 미안합니다.
작은 도시임에도 박물관은 훌륭하다.
입장할 때 적벽돌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있기에
더 크고 나아 보이는 것을 박물관으로 알았더니
그 건물은 개인이 운영하는 전시관이란다.
어쨌든 도시 규모에 비해 준수한 건축물이다.
박물관 1층에는 최근에 이 지역에서 출토된
서기전 4000년대 신석기 유물부터 당청을 거쳐
현대까지 이어진 유물들이 골고루 전시되었는데
유구히 이어 온 7,000년 역사를 한 눈에 보노라니
당-명-청이 차라리 바로 얼마 전처럼 느껴진다.
2층에는 시조새, 어룡, 익룡 등 고대화석들과
공룡의 실 모형들이 잘 관리되어 전시되어 있다.
어릴 적부터 사진으로만 수도없이 보고 배워 온
이런 보석들을 이역만리 서역에서 보게 되다니...
3층 전시관에는 5.18 - 6.18일 예정으로
천산지역 고고학발굴 10년 업적을 전시 중인데
최근 출토된 청동기 유물들이 정비되지 않은 채
발굴 현장감을 살려 날 것으로 전시되어 있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북경대를 비롯해 국내 주요
전문단체들의 고고학 발굴활동이 아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볼 것이 달리 마땅치 않은 하밀...
그래도 박물관 덕분에 하루일정을 잘 채웠다.
문제는 날씨가 너무 더워 몸이 쳐지기 시작하고
시니어들도 틈만 나면 어딘가에 주저 앉으신다.
우리는 저녁시간 전에 전신마사지를 받기로...^^
며칠째 건조한 사막을 헤매고 다닌 내 몸을 위해
나도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는데 모두 11명이다.
90분 35불! 質은 몰라도 가격은 아주 훌륭하다.
마사지 샵은 역 인근, 버스로 시내를 경유하는데
마침 토요일, 거리에 오가는 이들이 많고 활기차다.
가이드가 사장도 잘 아는지... 젊은 사장이 나와
빌딩 앞 작은 공간에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나는 강화도서 오신 시니어 분과 5번 VIP room.
작은 체구의 30대 젊은 여성 두 명이 들어온다.
한족 외모이나 이들이 쓰는 말은 중국말이 아니다.
온수통의 따뜻한 물에다 발을 담그니... 아~
얼굴, 머리, 손, 팔, 어깨, 발, 다리, 목, 등 順..
지압에다 팔꿈치 마사지, 정성껏 야무지게 잘한다.
아프면 痛을 외치기로 했지만 그냥 묵묵히 받았다.
마사지란 것이 원래 좀 아파야 하는 것 아닌가?
두 차례 내어 준 과일(메론, 수박), 차도 훌륭하다.
90분 마사지하는 동안 이 여인들이 나누는 얘기를
다 듣게 되었는데 잠시도 입을 그냥 두지 않는다.
위구르 말인지 중국 말인지 아니면 섞인 말인지...
온갖 얘깃거리들이 다 오가는 듯. 갑자기 웃다
흥분도 하고 동시에 말이 부딪치기도 하고...
마사지를 마치고 시원한 몸으로 나왔더니
다들 하나같이 아주 만족해 한다.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프로그램.
호텔로 가는 버스에서 본 인터넷 뉴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가 조금 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각에서 전격적으로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단다.
야당에서는 이를 정략적 '밀담'이라 폄하하기도.^^
배경과 경위는 잘 몰라도 교착보다는 좋은 일.
내일 10시에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니 두고 볼 일..
내일은 선선,
옛 누란왕국이며, 하루아침에 사라진 나라.
한 무제시절 고대 서역에는 36국이 있었다는데
고창. 교하國까지 하루에 무려 4개국을 순례한다.
더운 곳인데 오늘은 다행히도 25도쯤 예상한단다.
내일 6시반에 모닝콜, 7시반에 아침,
8시반에 선선으로 출발하기로.
내일 트루판은 최소 35도 이상으로 많이 덥단다.
일사량이 많으니 파라솔이나 선크림도 꼭 지참.
5.27일(일)
맑음
식당은 7시반에 오픈,
좀 일찍 내려가 잠시 산책이라도 하고자
아직은 조용한 호텔 바깥으로 나섰다.
이 시각 군데군데 번득이는 경찰차 경광등..
시내인프라는 중규모 도시수준인데 대로변만...
일요일, 거리도 한산하고 평온한 아침이다.
즐거운 아침 테이블.
호텔조식이니 바나나, 카스테라, 피자까지...
양식이 추가되어 레파토리(?)가 풍성하다.
ㅎㅎ 어르신들의 변함없으신 빵 욕심...^^
오늘 아침만은 가볍게 좀 먹으려 했더니
산책 덕분인지 몰라도 입이 많이 당긴다.
선선으로 가는 길, 8시반 정시에 출발!!
이제 다들 출발에 익숙해져 진행이 매끄럽다.
반고개 넘으니 슬슬 서울 귀국 길도 언급되고
어느 듯 친해진 가이드와 농담도 잦아지고.
4시간 거리, 지루함을 달랠 대책이 필요하니
예감..., 읽다 남은 부분 마저 다 본 후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일독 해야 겠다.
내 짧은 추리 상상력으로 소화가 잘 안되는데
우선 가능한대로 이해하고 영화도 봐야지.
선선은 오늘 36도.
도로에는 생각 밖으로 차량 이동이 많다.
폐기 오토바이 8대를 싣고 가는 오토바이...
그간 폰으로 재밌게 보던 중국스런 광경이다.^^
시내 거리에는 TCL 스카이웍스, 비보, 오포...
중국브랜드들은 즐비한데 삼성, LG는 없다.
옛날 출장 땐 거리마다 줄줄이 나타나더니
이 무슨 요상한 조화인가?
마침 오늘 신문스크랩에도 메모리만 빼고
삼성의 4대 가전제품 세계 MS가 줄고 있다고...
위기다 위기!
먼 거리를 달리는 버스 안,
가이드가 시니어 분들과 나누는 시덥잖은 농담,
우문현답과 동문서답이 오가며 터지는 까르르...
사람 좋은 가이드,"할매 지금 만담하자는 거요??"
"할매 서울 가지말고 나랑 여기서 가이드하자."^^
이렇게 어울리며 즐거워지는 것이 여행의 맛.
참 좋다~
원거리 버스이동의 지루함을 달래고,
실크로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가이드가 실크로드 다큐멘터리 영상을 올려 준다.
KBS-NHK-CCTV 공동제작, '실크로드를 가다'
언젠가 KBS를 통해 두어 번 방영되었던 영상.
가이드의 안내도 좋고 현장 견학도 괜찮았지만
이렇게 기획 제작된 다큐를 보니 훨씬 더 좋다.
그래도 처음 1시간은 주의를 집중해 잘 봤지만
4시간 내내 이 영상이 돌아가니 그만 지루해져
얼마 가다 보니 시청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무튼 서울가면 저 영상 구해서 꼭 다시 봐야지.
실크로드에 관한 다른 자료들도 더 볼 생각이다.
시내를 벗어난 지 이제 불과 20분,
수 ㎞를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가 펼쳐진다.
멀리 황사로 희뿌연 천산산맥을 끼고 4시간 길,
걸어서는 열흘이 걸릴 지 아니면 몇 달이 걸릴 지...
옛 여행자들에겐 목숨을 건 수행 길이었으리라.
도로경찰이 수시로 승차해 안전띠를 점검한다.
쉴 새없이 다니는 대형트럭들,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저지르는 살인적 과적은 상습이요 일상이다.
파란 하늘 맞닿은 끝없는 사막길이 다시 시작되고,
자갈과 모래로 덮인 거무튀튀한 광야의 연속이다.
24만 인구의 트루판, 그 70%가 위구르족.
평균 고도 100m에, 낮은 곳은 해수면하 -200m.
불타는 하늘을 향해 기울어진 절구모양 분지로
트루판은 밑바닥 전체라면 화염산은 그 핵심부.
연강수량 20㎜, 여름 평균온도는 40도내외지만
지표면 온도는 간혹 80도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고대부터 동서간 다양한 교역이 성했던 요충지로
중화문명과 간다라문명이 만나는 접합점이다.
천산산맥에서 내려 온 물로 키운 트루판 포도는
1,300여년을 이어 온 이 곳의 주 산업이란다.
세월과 함께 천년의 역사는 많은 유적들과 함께
모래 아래에 묻혀 말이 없지만 이들이 믿는 것은
불교,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네토리우스 기독교 등
6가지나 된다고 한다.
워낙 먼 길이라 가다 또 쉬는 시간.
승용차 15대가 실린 대형 트레일러가 서 있기에
신기한 듯 한참을 보노라니 옆에 게시던 C선생님이
다른 곳에서 25대를 실은 3층 트레일러도 봤단다.
예감...
책은 드디어 다 봤지만 여전히 전체 맥락과 복선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아직도 정리가 개운치 않다.
다시 읽으려다 끝부분 책표지 서평을 보니 ㅎㅎ..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誌 추천 글이 앞에 실렸는데
그러니 이러니 나도 글로벌 보통인간은 되는 셈.^^
선선은 모래언덕 타클라마칸 사막 한가운데 놓인
인구 20만의 작고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고대국가 누란이 바로 인근이었다고 한다.
세계 유일의 '도시 안에 있는 사막' 쿠무타크,
사막을 경험하려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단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썬 크림을 한 번 더 발랐지만
내려서 보니 사막에 내리쬐는 일사가 장난이 아니다.
모자에다 옷에 달린 일광 차단용 모자까지 썼지만...
짚차로 모래 둔덕 여기저기를 쏜살같이 다니며
쿠무타크사막 경험한다. 삭막한 사막이 눈앞에서
다이나믹하게 펼쳐지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정상에서 10분쯤 촬영시간을 주기에 살인적 폭염을
꾹- 참고 프즈를 취해가며 몇 장 사진을 담았다.
스릴을 즐기며 전동차로 사막 곳곳도 돌아보고...
날씨가 워낙 더우니 나라도 아이스케키를 좀 사서
일행들께 하나씩 서비스하려 했더니 여의치 않다.
가이드에게 부탁했지만 비싸고 원하는 것이 없다며
다음 코스에서 하자고. 우리 가이드의 군기 빠진
모습도 느껴진다. 그래... 더위엔 장사가 없겠지...
다음은 화염산.
동서 100㎞ 남북 8㎞에 걸친 황토 빛 민둥산.
오랜 풍화침식작용에 표면이 세로로 쭈글쭈글하다.
눈앞에 펼쳐진 저 광대한 산의 해발이 800m란다.
40년전 48.5℃를 기록했고 그 때 지표면은 80℃.
열사아래 분지 밑바닥 중심이라 더울 수 밖에 없다.
서유기에 삼장법사 일행을 괴롭혔던 지옥 불길을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휙~ 껐다는 바로 그 곳.
눈으로만 떡 봐도 이글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산.
더위에 힘이 들더라도 기념사진 한 장은 남겨야...
찍는 김에 더 잘 찍으려는 욕심에 미련을 떨다가
뜨거운 태양아래 애꿎은 살갗만 마구 익는다.ㅠ
요 며칠 사막을 헤매다 못난 얼굴 완전히 익었다.
새까맣게 탄 얼굴과 두 손... 내가 봐도 기가 찬데
우리 미성이, 이 얼굴을 보고 과연 뭐라 할 지...^^
여행 첫 날 아침을 함께 했던... 점잖으신 부부,
몇 번 사진을 찍어 드렸더니 너무 고마워 하신다.
화염산 불볕 모래더미에 계란을 구워 파는 곳,
한판을 사서 일행 전원에게 한 알씩 주셨다!
고맙습니다. 황금온천 유황계란 바로 그 맛이다.
더 이상 사진 촬영이 힘들고 더 걷는 것도 ..ㅠ.
베제크릭 천불동은 화염산을 지나서
계곡 기슭에 흐르는 강 절벽에다 만든 동굴사원.
당나라 이전인 460년부터 그려 온 불교벽화로
14c 무렵 이슬람의 침략으로 거의 파괴되었고,
그나마 남은 것도 외국 탐험가들이 반출해 나가
지금 천불동 내부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다.
최근에 손을 봤는지 외관은 그럴 듯 한데
몇 남지 않은 굴 내부 보존상태는 영- 형편없다.
그제 갔었던 막고굴에 100년 앞선 유적으로
화려했던 옛 벽화들은 거의 훼손된 상태인데
이 모두 이슬람세력의 의도적인 훼손과
문화혁명 시절 무자비하게 파괴한 결과이다.
흙벽엔 아직도 곡괭이로 할퀸 자국이 남아있고,
인물에는 눈알이 집중 훼손되어 흉물스럽다...ㅠ
뒤늦게 주은래가 조처해 그나마 남은 것이란다.
외세에 찢기고 강탈당했다는 돈황의 막고굴,
그렇게 해서 일부 유적이라도 남은 것이 다행?
이 버려진 굴, 이리 낙서가 많고 훼손되었지만
사진촬영은 금하고 있다. 뭘 더 지키려는 건지..
유적으로서의 굴, 하지만 이 더위에 지친 지금
우리에게는 더위 피란처, 피서지로 요긴하다.^^
우리가 하도 더위를 호소하니 가이드 K님 曰,
벌써 덥다는데 지금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고
트루판에 가면 정말 뜨거운 맛을 볼 거란다.
그래도 꿋꿋하게 앞서 걸으시는 시니어 님들...
대단하다. 이 더위에 지치지도 않으시고 강행군...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 고창고성.
천산산맥 눈 녹은 물로 재배되는 길가 포도밭,
그리고 간간이 뽕나무가 자란다. 근데 웬 뽕?
아! 여기는 비단길, 그러니 당근 오디도 있어야...
포도는 세계 제일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데
여기서 매년 세계 포도박람회도 열린다고 한다.
고창고성은 옛 신장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로
후한 멸망 후 기원전 1c부터 조성되기 시작해
최고 번성기엔 35,000명 주민이 거주했다는데
13c경 전쟁으로 완전히 훼손되고 터만 남은 곳.
220㎢ 넓은 터에 흙 무덤같은 잔해들만 널렸다.
당나라 고승 현장이 한 달간 설법하며 머물렀고
그가 천축, 즉 인도에 갈 때 물자를 공급해 준 곳.
구석에는 이를 기념한 설법당이 복원되어 있는데
천정을 원형 돔으로 만들어 소리를 반향하게 했다.
문득 병인 병훈이와 한쪽 귀퉁이에 서서 아아-
장난치던 스페인 알함브라궁 실내 돔이 떠올랐다.
10여년간 천축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던 현장이
다시 들렀을 땐 이미 고창국이 망하고 없었다고.
처음 입장할 때 입구에 위구르족 남자 하나가
실크로드 사진첩을 펼쳐 놓고 팔기에 가서 보니
영문판인데 30불. 괜찮아서 한 권 사려 했더니
그제사 이 친구, 10불을 더해 40불을 달란다.
뭥?? 흥정에서 뭔가 오해한 듯 말도 안통하고
오히려 얘가 흥분하는 것 같아 바로 거래 끝!
뭐 그리 귀하다고... 이 더운 날씨에 성가시게...
야- 정말 덥다. 이젠 얼굴도 완전히 다 익었고..
이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줄 세워 놓고 프론트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다.
좀 심하다는 생각도 앞섰지만 보안용이라니...
아무튼 오늘은 긴 하루. 많이 피곤함.
5.28일(월)
이 곳은 검문검색이 좀 귀찮기는 해도
관광객 여행안전을 위해선 오히려 낫다고 하고
또 일행 중에 몇 몇은 벌써 나가 다니기도 해서
나도 오늘 아침엔 주변 동네를 산책을 했다.
도시 규모에 비해 도로가 아주 넓고 시원하다.
거리 청소부, 발걸음을 재촉하는 건설노무자들...
큰길에 빈 택시만 드물게 오가는 월요일 아침,
오토바이는 전기식이라 소리없이 오간다. 위험!
7시인데도 아직도 아침거리는 조용하다.
상가 간판에는 오포 국미 비보 美的(메이디)...
화웨이까지 있지만 역시 오늘도 삼성은 없다.
저기 블록이 끝나는 지점, 작은 샵 귀퉁이에
요상하게 생긴 작고 푸른 oval 하나, 아- 삼성.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해
지나온 대로변 뒤에 숨은 뒷골목으로 가 봤다.
허물어진 옛 흙벽돌 집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을어 굳어버린 검은 벽돌들, 매캐한 냄새...
골목 귀퉁이엔 허름한 거리 음식점도 있다.
이들은 옥상에서 자고 거리에서 먹고...
넓게 뚫린 도로는 대도시의 외양이지만
그 이면은 아직도 영락없는 중국 변방스럽다.
호텔 앞 광장. 원래 야시장이었다는데
수년 전 위구르인들의 소요로 폐쇄된 지 오래.
새벽시간인데도 곳곳에 순찰차량이 다닌다.
이 시간에 이제 10살쯤이나 되었을까?...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어린 남자애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열씸히 달린다.
7시반, 식당 오픈시간에 갔더니 많이 붐빈다.
오늘은 죽과 빵조각 하나로 간단하게...
내가 다음에 여행을 갈 때 활용할 Tips,
- 장거리버스엔 호텔 슬리퍼를 챙길 것
- 옷가지는 많이, 단 최대한 부피는 줄여...
- 과자와 부식, 부찬은 허락되는 한 많이
- 버스에서는 볕과 외경을 고려해 좌우선택
- 손 선풍기, 껌, 책, 이어폰...
- 성능 좋은 셀카봉
- 소염진통제와 같은 실용적인 비상약품
- 미성이를 위해서는 다용도 긴 스카프..
- 재미있고 시간이 잘 가는 책
- 실용적인 비상약
아침에 이 간단한 산책에도 땀이 흐르니...
38도로 이번 여정에서 제일 덥다는 오늘인데
실제 온도는 얼마나 되며, 얼마나 더울지...
저 멀리 만년설이 내려다보고 있는 여기는
중국내 연간 기온차와 일교차가 가장 심하고
여름이 가장 뜨거운 동네란다.
오늘 더운 날씨상황과 방문지 특성을 고려해
낮 더위가 시작에 앞서 오전에 일정을 끝내기로.
박물관이나 어딜 좀 가고 싶지만 월요일 close.
가이드 曰, 설사 박물관에 가더라도 별 것 없고
미이라만 46개 있는데 좀 괴기스런 분위기란다.
그 넘의 박물관이 갑자기 신포도가 되었다.ㅋ
버스가 시내를 지나고 있는데...
아- 지금이 8시반, 학생들 등교시간이다.
녀석들 우리 츄리닝(?)같은 푸른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재잘대며 걸어간다.
씰룩거리며 자전거 타고 가는 녀석들도..
모두가 옛날 바로 우리들의 모습!
거리엔 바이크도 보인다.
가이드가 이 지역엔 "4가지 제일"이 있다는데
달다. 낮다. 높다.... 아- 하나는 흘려 버렸다.
오늘 아침식사는 두 젊은 여인과 함께.
원래 여행친구가 3명인데 여긴 2명만 왔다며...
그럭저럭 이렇게 며칠을 같이 다니다 보니...
여행에 나선 매무새가 여간 아니다.
부지런하고 얄미우리만치..^^ 야무락지고...
50대 중반을 넘겼다는데 자유롭고 날래다.
혼자 다니는 내 모습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그래도 나는 함께 다니고 싶다오-
여기저기에서 무리 지은 주민들이 보이는데
매일 아침에 하는 국기게양식이란다.
이 시간에 주민들에게 전달사항을 전하고,
주민들 동향도 살피고 행불자 관리도 하고...
위구르 정정을 고려하면 능히 있을 수 있는 일.
오늘 첫 방문지는 트루판 군왕부,
트루판 시내에서 2㎞쯤 떨어진 농가지역에 있다.
18c초 청 왕실로부터 군왕의 지위를 책봉받아
150여년간 세습하며 여러 군왕들이 지배한 곳.
입구에 잘 자란 포도넝쿨 그늘이 인상적이다.
왕과 왕비의 침실, 연회실, 집무실, 창고...
거기다 중요하고 비밀스런 것들을 숨기거나
비상시에 통로로 활용되었을 법한 지하통로까지
유럽이나 한국, 중국 어디에나 있는 궁전들과
그 형식과 구성이 크게 다를 바가 없으나
작은 규모에다 소박하고 좀 조잡하다.
군왕부 안을 두루 다니면 사진도 찍고...
이어 인근 광장에 높이 솟은 소공탑을 거쳐
(해발 0지점이 있다) 지하수로 카레즈로 이동.
카레즈는 사막을 오아시스 도시로 만든 주인공,
3,000m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물이
사막열기에 증발되지 않게 일정간격으로 샘을 파
지하에다 물을 보관하고, 이 샘들을 서로 연결해
물이 흐르게 한 거대한 관계수로 '지하도랑'이다.
2000년의 역사에다 총길이가 5,000km에 달하는
지하도랑 카레즈는 오늘날 트루판을 있게 하였고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오늘날 중국이 자랑하는
3대 수수께끼, 大役事란다.
박물관엔 카레즈의 원리이해를 위한 모형과 함께
공사에 사용된 공구실물과 사진들도 전시하였다.
관람객들을 위해 수로 한 부분을 개방해 놓았는데
우리 모두는 내 폰을 가지고 기념사진 한 컷씩!
카레즈를 나서는데 기념품 샵이 줄지었다.
몇 분이 스카프를 사려 열씸히 흥정하고 있기에
나도 고운 색깔의 천으로 만든 스카프를 샀다.
35元짜리 스카프를 3장에 100元.^^
중국 돈이 없어 가이드에게 돈을 빌렸다.
麻? 아사라는데 미성이 두 장, 송이 한 장.
아이고오... 그 옆 옆에 가게는 4장에 100元!
ㅎㅎㅎ 캐시미어는 1장에 150元,2장에...^^
진실이를 생각해 옥 팔찌도 하나 살까 하다
괜히 실없는 짓을 하는 것 같아 요건 패쓰!
나으 실크로드 기념품 사업은 이걸로 끝!!
싸구려지만 내 눈엔 스카프 색깔이 너무 곱다.
우리 가이드의 싸-비스, 카레즈표 생수 1통씩!
기회 봐서 아이스케키 하나씩 돌리고 싶은데...
멀리 천산산맥의 눈 녹은 자연수를 끌어들여
사막을 인공옥토로 만든 도시 트루판,
버스로 달리는 도로변엔 포도밭이 널렸고,
포도를 말리는 사각 적벽돌 건조장, 돌무더기,
메뚜기가 연신 이어진다.
다음 코스는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채,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사막 한가운데
폐허로 남은 또 하나 서역의 명소 교하고성,
이 곳은 2,500년 전에 세워진 고대 도시국가로
한창 번성기엔 1만 명까지도 살았다고 한다.
마치 해자처럼 양 갈래로 흐르는 강 사이에
항공모함처럼 생긴 땅이 높이 솟은 천연요새,
안내지도를 보니 마치 한강 여의도와 흡사하다.
기원전 1c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토성은
당 시대에 재건했으나 몽고침입에 모두 불타고
지금은 넓은 터에 흙 더미 유적만 폐허로 남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랜 토성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뙤약볕아래 폭 10m 중앙대로를 걸어 들어가는데
보인다.
어제 갔었던 고창고성은 흙벽돌을 '쌓은' 성이고
교하고성은 땅을 '파서' 지은 城이라 설명하는데...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 잘 모르겠고 구분도 안된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성의 총서기가 최근 티벳에서 부임해 왔다는데
쥐 잡듯 하던 티벳 검문검색 방식을 그대로 카피해
지역민들을 통제하는 바람에 가이드님 미치겠단다.
이 말 할 때마다 가이드 흥분 게이지가 상승하는데
그의 말을 듣던 중에 발견한 재미있는 표현 하나,
'세뇌'란 어휘를 쓸 곳에 '머리를 씻는다'라 말한다.
조선어나 북한어엔 洗腦란 단어가 없나 보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민가방문 농가체험.
외곽 농가를 방문했더니 미리 평상에다 우릴 위한
자리를 깔아 두고 수박을 잘라 올려 놓았다.
우리가 시원한 수박으로 더위를 식히는 동안
농부 한 명이 앞에 나와 뭐라 뭐라 얘기하는데
여긴 2년 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개발된다며
아직까지는 역내 13개 가난한 농가의 농산물을
공동 판매하고 있다고 가이드가 보충해 준다.
종류별 건포도를 광주리에 담아 선반에 올려 두고
제작과정을 일일이 설명해 주며 마케팅을 하는데
이 양반, 건포도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대단하다.
건포도는 건조 방식에 따라 질과 값이 좌우된다며
흔히 길바닥에 널어서 말린 건포도가 제일하품,
도로가 적벽돌 건조장에서 말린 것은 중품,
나무에서 완전히 익은 후 그대로 말린 것을
제대로 만든 최상급 건포도로 인정해 준단다.
4개 광주리에 별도로 담아 우리에게 파는 것은
나무에서 익은 후 말린 최상품으로 1Kg에 150元.
말린 포도씨는 1㎏에 500元.
포도씨에는 칼슘과 비타민 많아
매일 아침 갈아 우유에 타 먹으면 암이 예방되고
면역성도 높아지고 눈에도 좋다며 꼭 사란다.
포도씨를 사면 오늘만 포도 1㎏도 거저.ㅎㅎ
남루한 농부의 차림이지만 이 자의 탄 얼굴엔
잘 재배하고 잘 건조시킨 최상품만을 판매한다는,
그들의 상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관광객들에게 날림으로 떠 넘기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말과 표정이 진실되어 보이고 미덥다.
일행 대부분이 지갑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나도 망설이다가 결국 건포도만 1㎏을 샀다.
괜한 일 했다고 할 미성이 얼굴도 떠 오르지만...
병훈이와 맥주 마실 때 안주로 쓰지 뭐...!
달고 시원했던 수박은 결국 삐끼였던 셈. ^^
드디어 오후 1시,
오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가는 길,
기온은 40도를 오가는데 도로가 불타기 시작한다.
여름철엔 심하게 더운 날은 학교도 문을 닫는단다.
점심먹고 호텔로 가는 2시 무렵엔 세상이 불탄다.
아! 오늘에야 제대로 된 삼성 간판을 하나 봤다.
더위에 바쁘게 다니긴 했지만 오늘 오전 일과는
고대 한나라의 실체를 확인한 소중한 현장체험,
나름 흥미로웠고 좀 더 탐구하고 싶은 생각도...
이제 2시반부터 7시 식사시간까지는 휴식시간.
오늘 메뉴인 양고기 바베큐를 생각하니 잘 하면
저녁엔 맥주도 한 잔 하며 친목도 다질 수 있겠다.
질 좋은 포도가 나는 곳이니 와인 맛도 좋을 터.
저녁식사와 더불어 맛을 좀 볼 수 있을까 했더니
와인용 포도는 대부분 타지로 반출되고 있고,
와인은 외부에서 만들어지는데 맛도 별로 없단다.
가이드의 그 말에 그만 깜빡 넘어가...
트루판의 별난 와인을 시음 찬스를 놓쳐 버렸다.
샤워부터 하고서 '예감은... '을 다시 읽는데,
한 시간쯤 지났나? 노크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시니어 그룹 한 분이 괜찮으면 2호실로 오란다.
그래도 관심이 고마워 간단한 차림으로 갔더니
낮에 사 온 건포도, 김, 과자에다 골뱅이까지...
식사시간 우리 테이블 멤버들 전원 회식!
앞에다 맥주 캔을 하나씩 놓고서 모두들 즐겁다.
침대에 걸쳐 앉아 나이를 초월한 즐거운 얘기들...
사진도 몇 장 찍으며 1시간쯤 팀웍을 다지다.
내주 업무일정 협의차 송이와 카톡킹(?),
또 다른 저녁약속을 위해 심 전무와 통화...
잠시 서울 현실로 갔다가 다시 실크로드로.
바깥을 내다보니 불볕 더위가 여실히 와 닿는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바베큐 저녁시간!
오늘 특식으로 트루판産 양고기 통 바베큐,
여행설명에도 있었지만 본산지 메뉴라 큰 기대...
그러나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양고기는 구색! 한 두점 먹고는 더 손이 안간다.
결국 늘 먹어 온 중국식, 야채를 기름에 볶은...
내가 한 번 사려했던 아이스케키는 결국 불발.
그 대신 오늘 저녁자리에 트루판産 백주를 샀다.
바람잡이 위구르 무희가 등장해 민속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고 함께 어울려 춤추고 사진 찍고...
음주가무가 있으니 아무래도 즐거움이 더해진다.
시니어 한 분의 과음으로... 주위 우려...^^
어느 듯 백주를 두어 잔 마신 나도 취기가 돈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는 지금 시간은 20:50분.
아직도 해가 떠 있다.^^
방으로 와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본다.
트루판에 있는 나, '지금 이 주소'는 적절한가?
그럼 맞지요... 틀릴 리가?...
자-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 날,
부담없는 출발을 위해 짐도 미리 좀 챙기고
가능한대로 일찍 좀 쉬도록 하자.
이번 여정, 서역에서 청하는 마지막 잠이니
푹 잘 자고, 도착 후 서울일정도 순조롭기를...
차제에 실크로드, 위구르, 돈황...
서역역사와 고대문화에 대해 좀 더 탐구하련다.
당장 그저께 버스에서 보았던 옛 다큐멘터리,
'실크로드를 가다' 영상자료부터 구해야지.
오늘 예정했던 선택관광,
트루판 승전가무쇼를 많이 기대했는데
사막에 중국군 훈련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단다.
아주 아주 많이 아쉽다.
5.29일(화)
오늘도 아침 6시에 눈이 뜨였다.
떠날 짐 정리부터 미리 좀 해 두고
어제처럼 거리로 나가 30여분 산책,
방에서 창 너머로 보니 바깥이 흐리다.
안개인가 했더니 나가 다녀 보니 본토 황사.
걷다보니 저 멀리 하늘에 둥근 해가 떴는데
마치 간유리로 보는 보름달처럼 은은하다.
일기예보엔 오늘 흐리고 바람도 많다는데
오늘 마지막 일정이 과연 순조로울까?
공기에 흙냄새가 느껴진다.
계속 걸을까? 아니면 돌아갈까?...
망설이며 계속 걷다 결국 다 걸었다.
거리 모습은 어제와 다름없다.
인도를 넘나드는 소리없는 위협,
전기 오토바이 하나가 내 앞에 횡- 지나기에
저거 위험하겠는데... 그 순간 뒤에서 온
다른 녀석이 스칠 듯 나를 휙 지난다.
앗! 깜딱이야. 이 시키야!!
청소부들이 거리를 부지런히 누빈다.
머리에 스카프를 한 위구르 중년여인들.
이들 옆엔 순찰차들이 수시로 지나간다.
호텔에도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다.
앞에 쓰인 '공안'과 '경찰'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들로 인해 우리가 더 안전하다는 역설적 편의.^^
오늘은 식당이 어제보다도 더 붐빈다.
대만과 중국 관광객들이 온통 섞여서 혼잡스럽다.
어제부터 식당을 지키며 부지런히 교통 정리하던,
넉넉한 몸매에 장사수완이 좋아 보이는 여 사장이
코리안들을 위해 별도로 먹거리들을 차려 놓았다.
여기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믹스커피도 있다.
오늘 아침은 반백 C선생님 부부와 함께,
붙임성 좋은 부인은 시어머니를 30년간 모셨단다.
아들이 영국에 사는지 며느리가 영국교포라며
얼마 전에도 2개월간 영국에 다녀 왔다고.
아- 나도 영국에 많이 가고 싶은데...
계절이 좋은 요맘 때면 더더욱...
요즘은 며느리도 '모신다'고 세상을 탓하다가도
남편과는 둥글둥글...^^ 보기가 참 좋다.
우루무치 공항으로 가는 길에 남산목장부터.
3시간 버스 길, 출발을 앞두고 가이드가 우려한다.
여긴 바람을 12개 등급으로 구분해 예보한다며
바람이 심할 땐 돌맹이가 예사로 날아 다닌단다.
심지어 84년에는 기차도 넘어뜨렸다고...
그렇지, 예상대로 바람이 아주 쎄다.
황사가 자욱이 번진 광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
사막 바람이 너무 쎄서 버스가 크게 흔들리고
거의 기다시피 하는 건너편 트레일러 뒷부분엔
누더기 덮개가 미친 양 너풀대고 있다.
우리가 탄 버스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서
어쩔 수없이 트럭과 뒤섞여 줄지어 거북이걸음.
멀리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바람에 부딪쳐
물이 공중으로 마구 비산하며 은빛으로 반짝인다.
오면서 봤던 그 풍력발전기 밭을 지난다.
네덜란드에서 배운 기술로 자력으로 만들었다는...
여기에만 1만 여대가 깔렸다는데 오늘은 멈췄다.
30분을 달려도 바람개비 행렬은 그칠 줄 모른다.
큰 화물차들은 가질 못해 아예 길가에 대피했는데
자칫 도로가 폐쇄되면 우리 오늘 서울에 못 간단다.
그러니 이 강풍에 기더라도 우리는 가야만 한닷!
우린 결국 큰 트럭에 바짝 붙어 조심조심 가는데
바람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가 없다.
아이고나...
길 건너편에 대형 트레일러 한 대,
불행히도 큰 바람에 머리가 꺾여 고꾸라졌다.
다른 차들도 이런 불상사를 피하느라 전전긍긍.
1시간 반을 달렸지만 구글 맵상으로는 겨우 1/3.
예정했던 3시간이 5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겠다.
기사 앞 속도계는 20㎞를 가리킨다.
사막 한가운데서 겪는 흔치 않은 난감한 경험,
괜히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겁이 덜컥 난다.
줄리언 반스의 책,
결말에 작가의 뜻하는 바가 뭔지 대강은 알겠으나
박약한 내 추리력 탓에 스토리 디테일은 소화불량.
강풍을 뚫고 사막을 달리는 동안에
CBS fm "강석우,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듣는다.
평소 해외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내가 해외에서 이런 상황에 놓일 줄은...
여기서 들어보니 姜의 목소리가 더 푸근하다.
여러모로 참 편하고 재미있는 세상.
살아 보니 요즘같은 이 세상은
내 나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게 진보하는 것 같다.
네비게이션, 스마트 폰, 블루투스, 대형화면, 인터넷,
디지털기술, 글로벌 네트웍, SNS... 감사할 일.
엘가 '사랑의 인사'가 첼로로 연주되고 있는데
엘가가 연인에게 프로포즈하려 작곡한 曲이라고.
전파 컨디션이 나빠서 라디오 음이 자꾸만 끊긴다.
원래 3시간 거리,
두 시간반이 지나도 우린 아직도 중간쯤.
결국 도로 가에 있는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우리 모두는 쎈 바람을 뚫고 줄지어 화장실로...
해가 중천에 떠 있지만 공기는 차고 손끝도 시렵다.
몇 몇 일행이 휴게소 가게에서 주전부리를 산다.
가이드 선생 말로 목적지가 1시간쯤 남았다는데
이제 사막 바람도 좀 잦아 들었는지
바람개비가 조금씩 돌기 시작한다. 80%쯤..
아- 지금부터 20시간 후면 우리 집이다!!
남산목장에 거의 다 와 가는데
가이드님 曰, 거기엔 목장이 없단다.^^
이거 완전사기...^^
최근 이 지역에도 개발 붐이 크게 일고 있어
승마장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고...
리조트는 가도가도 끝이 안보일 만큼 엄청난 규모.
시골농가 주변에는 노랑 민들레가 지천이다.
식당이 아닌 시골농가에서 점심을 먹는데
순박한 시골 가정집이라 오히려 좋았다.
어릴 적에 경산 산소에서 나무를 심은 후
수고한 인부들과 온 가족이 함께 묘지기 농가에서
고기국 끓여 넉넉히 먹던 그 날 점심이 생각났다.
아- 정말 오래전 얘기다.
남산목장,
넓은 초원에 마사와 30여필의 말이 있는데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코스로 급조된 듯,
주위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고... 좀 생뚱맞다.
우리 여행패키지에 포함되어 무료로 말을 탄단다.
나도 난생 처음으로 말에 올라 10여분 경험했다.
위구르 바자르,
우루무치 시내를 지나 위구르 전통시장에 가는데
좁은 도로에 공사도 많고 관광객들도 뒤섞여서
평일임에도 오가는 길이 무척 번잡하다.
바자르 앞 광장에는 큰 탑과 회교성전이 있고
그 옆에 있는 넓고 높은 천정의 전통시장에는
각종 장신구, 공예품, 악기, 향신료, 건과류...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기념품들로 즐비하다.
이미 몇 장 산 스카프로 기념품준비는 끝났지만
그래도 견물생심, 돌아다니며 가게를 구경하다
예쁜 스카프가 보여 재료를 물었더니 실크란다.
그래도 이번 여행 타이틀이 실크로드 아닌가?
미성이와 진실이 주려고 예쁜 분홍으로 또 샀다.
싼 맛에 마구 지갑을 열고 있다.
내가 스카프 사는 것을 보신 시니어 언니들...
도움을 요청하시기에 말도 못하는 내가 나섰다.
말이 안통하니 눈짓과 계산기로 감 잡아 흥정.
관광지가 아니고 일상을 거래하는 시장이라
여기는 제대로 된 상품을 제 값으로 거래한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50%쯤 깎았다.^^
밖으로 나오니 광장에서 민속 음악공연을 시작한다.
위구르인의 민속이 흥미로워 좀 더 보고 싶은데
우리 일행은 벌써 저-기 버스로 향하고 있다.
이젠 홍산공원으로,
입구에서 걸어 오르는데 거의 서울 남산 삘이다.
관광객들도 많지만 지역주민들도 적지 않은 듯.
좀 전 바자르와는 달리 위구르인들이 거의 없다.
홍산을 둘러싼 우루무치의 번화한 시내를 보느라
가이드의 공원설명은 귓전으로 흘려 들었다.
전망대 옆에 커다란 대리석 동상이 하나 서 있고
옆에는 붉은 글씨로 뭔가 길게 세겨 져 있는데.
한자를 보니 林則徐...
네이버를 찾아보니 역시 예사 인물이 아니다.
1800년대 아편에 찌들어 가던 종이사자 청나라,
아편유입을 막으려 애쓰다 영국에 밉보인 죄로
서역, 우루무치까지 귀양을 왔던 민족주의자.
중국의 진정한 애국자로 후세들이 숭앙한단다.
혼자서 공원 주변을 천천히 두루 돌아보는데
카페 앞 옥외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
어?? 'As the deer'...
CCM으로 즐겨 부르는 '목마른 사슴'이
연주음악으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목마른 사슴 시냇물을 찾아 헤매이듯이
내 영혼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금보다 귀한 나의 주님 내게 만족주신 주
당신만이 나의 기쁨 또한 나의 참 보배
주님만이 나의 힘 나의 방패 나의 참소망
나의 몸 정성 다 바쳐서 주님 경배합니다
최근 위구르의 정정불안과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국지역 선교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고,
기존 선교사들 마저 추방되고 있는 이 마당에
사람들이 넘치는 공공장소에 복음송이라니...
신기하고도 놀라워 서울에 가면 보여 주려고
연주소리와 함께 영상을 담았다.
공항가기 전 저녁을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
마침 하교시간, 자녀들 픽업차량으로 시내는
온통 북새통. 앗, 유통 전기버스! YUTONG...
지난 3년간 참 많이 들었던 이름..^^
실크로드 전체 여정에서 마지막 저녁,
가이드 K가 기분 좋게 우루무치 맥주를 냈고,
시니어 가운데 누군가가 '당신멋져'로 건배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둘러보니
첫 날 점심에 들렀던 바로 그 식당이다.
비행기 시간이 1시간 당겨져 23:40분발이란다.
冊, 끄트머리 半도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
귀국 길 뱅기에서 일독 더 하면 이해되겠지.
한 주간 머리를 완전히 씻어 흔들어 낸 것 같다.
참 좋다. 여행이란 것이 원래 이런 것.
공항 가는 길에 농산품 샵에 들렀다.
가이드의 성의를 봐서 뭐라도 좀 사고 싶지만
가게에 차려진 품목들... 버섯, 곡식, 꿀, 차...
역시나 내게 해당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미성이에게 전화해 안부를 전하며 물었지만
예상한 대답. 아니오, 우리 집에 다- 있어요!
살 것도 없는 나는 실내가 답답해
먼저 잠시 나와 길 거리에서 바람 쐬는데
주위를 보니 거리 분위기가 밝고 활발하다.
외출하는 가족들과 오가는 차량, 오토바이...
사람도 많고 활기찬 거리 모습이 인상적.
공항 가는 길에 30분 정도 여유.
가이드가 우리의 한 주간 실크로드 여정을
아주 간단히 잘 요약해 정리해 준다.
22, 우루무치 도착, 호텔 체크인
23, 박물관, 천산천지, 기차
24, 막고굴
25, 명사산, 월아천, 돈황박물관, 고속철, 하미검문
26, 초원, 눈(雪)밭, 회 왕릉과 박물관,
27, 선선, 사막짚, 화염산, 베제크릭, 천불동, 고하고성
28, 소공탑, 카레즈, 교하고성, 농촌민가, 호텔
29, 남산목장, 홍산공원, 바자르
그러고도 남은 시간,
사람도 좋고 성실한 우리의 친구 K氏,
오래 전 본인의 한국스토리를 전해 주는데
긴 시간 쉼 없이 풀어내는 그의 至難했던 서울기,
1999년 천여만원을 주고 산 인천 밀입국으로 시작한
이 친구의 곡절 많고 파란만장한 6년의 한국생활은
소설로 담아도 한 권은 될 만큼 징한 스토리다.
술술 풀어 가는 얘기를 곰곰이 들으며
그 내용이 실감도 나고 재미가 있어
폰을 열어 노트에다 부지런히 담았는데
아- 어찌 된 영문인지 다시 열어 보니
이게 저장이 안되고 날아가 버렸다.
아- 아깝다.
그래서 이 후 얘기는 남은 기록이 없어서...
여행일기는 여기에서 끝!! ^^
- 2018.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