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시절,
대명동에서 보내던 어느 겨울방학.
계속되는 혹한에 밖에 나갈 엄두는 못 내고
창문으로 난 연통달린 연탄난로가 있는 마루에서
그저 형들과 뽀글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그 날 따라 장난의 도가 다소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밖에서 말없이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께서는
몇 차례 주의를 주시다가 그에 아랑곳없이 계속되는
철없는 자식들의 한없이 개구진 모습에 그만 ...
어머니 당신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었던지
상한 속을 더 이상 참지를 못하시고
마침 앞에 있던 빨래다라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우릴 향해 뿌리시며 뭐라 꾸짖으시는데...
때가 겨울이라
다행히 밖으로 연한 마루의 문이 닫혀 있었기에
물은 문 바깥쪽에 부딪쳐 그냥 흘러 내렸고
어머니의 그 울음섞인 꾸짖음 또한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지만
당시 철없던 어린 가슴을 향해 뿌려지던 어머니의 그 怒氣는
어른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온전히 남아
허튼 길로 빠지기 쉬운, 부족한 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 2008. 8. 4
추억의 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