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각오로 시작한 새해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고 있습니다.
요즘...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벌써 오래 전에 들은 얘기.
시간은 누구에게나 자기 나이만큼의 빠르기로 지나간다고...
요즘 내 시간의 속도는 51Km.
정말 날로 빨라지는 것을 실감합니다.
어제 토요일.
열씸히 일했습니다.
70여명의 임원들이 회사에 나와서 종일토록 고민하고 협의하고 토론했습니다.
크고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우리 조직이 구성원간 '소통'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많아서
하루 마음먹고 이 '소통'을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 보자며 모인 자리였습니다.
우리의 소통을 "방해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외부 소통전문가의 강의도 듣고, 많은 얘기들도 진지하게 오가고, ...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그보다도 더 좋았던 것은
함께 하기 힘든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가지만을 놓고 마음을 열고 관심을 나누다 보니
저절로 소통의 문이 반쯤 열린 듯 했습니다.
이 행사의 책임자로 사실 며칠 전부터 신경을 많이 쓰며 준비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진행되었다 자평하며 안도하였습니다.
이젠 결과를 잘 정리해서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일. 그것이 문제입니다.
드디어 집으로 가는 길.
충남 탕정서 서울까지 상행 경부고속도로.
날씨가 풀린 토요일 저녁시간이어서 체증이 심합니다.
이왕 늦은 김에 그냥 계속 밟고 올라가 한남대교, 남산을 지나 시내까지.
도중에 문자를 넣어 성가연습을 마친 아내와 신세계에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각자 한 주를 보내고 이렇게 만난 아내가 참 반갑습니다.
대중들이 붐비는 백화점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아내의 손을 잡게 됩니다.
한 시간, 저녁을 먹으며 나눈 얘기들이 저녁만큼이나 참 맛있었습니다.
내가 탕정에서 바쁜 한 주를 보내는 동안
아내는 이틀간 부산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평소 오랫동안 편하게 만나고 있는 친구모임에서 가진 나들이였는데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얘기를 하면서도 넘치는 재미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이제 쉰을 바라보며 나이 들어가는 아내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참 좋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던 한 주간 일들을 나누며 좋은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집에 왔더니 방학을 보내고 있는 두 녀석은 어디 가고 없네요.
큰 녀석은 저녁시간 교회친구들과 어울리다 자고 내일 교회서 보겠다 하고,
학교 교향악단 활동에 빠져 있는 작은 녀석은 일주일째 강원도 연주캠프에 가 있습니다.
둘이서 보내는 저녁시간이 한적한 듯 편안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항상 애들과 함께 시끌시끌 보내다 갑자기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가 되니...
내가 입을 옷이 아닌데 뭔가가 잘 못 걸쳐진 듯... 부조화도 느껴집니다.
'우리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
아침, 목사님의 설교 말미에 정경진 집사님의 부고가 있었습니다.
최근 몇 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오늘 아침 7시에 소천하셨다고 전하셨습니다.
향년이 78세였던가? 10여년 전 한 동네에서 구역예배를 통해 친해져 가까이 지내 온 분.
노환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그 길, 그대로 가시고 말았습니다.
오후 삼성병원에서 많은 교회식구들과 함께 조문예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정 집사님은 행복하게 가셨구나...
아들 정 장로님 내외의 극진한 효도를 받으며, 이 연세까지 건강히 지내셨고,
잠시 편찮으시다 가시는 이 길에 이렇듯 많은 교회식구들이 함께 해 주시고...
갑작스레 상을 당한 가족들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경황없이 눈과 얼굴이 부어 엉망이지만
그래도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의 얼굴들은 대체로 나와 같은 생각인 듯 보였습니다.
다시 탕정 일터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주일 오후 나와 탕정에 오는 길이 마치 소풍길이나 되는 듯 늘 들떠 있습니다.
몇 가지 옷을 챙기는 와중에도 과일, 먹거리를 빠뜨리지 않고...
2시간 남짓. 아내와 함께 하니 먼 길이 평소보다 한결 가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운전중 둘이서 나누는 얘기는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과는 내용과 분위기가 또 다르지요.
오늘 저녁엔 구수한 청국장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바램에 천안도심 진입 초입에 있는
'삼대째 손두부'란 가게를 찾아 맛있게 저녁까지 잘 끝냈습니다.
새로운 한 주를 위한 쉼.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평소에 비해 그리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또 적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사는 것이 이런가 봅니다.
매 순간 의미가 있고 순간순간...
2010.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