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출근길,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기다리는 몇 몇 직원들 사이에 아는 여사원 하나가
뭔가 가득 채워진 쇼핑백 하나를 들고 있습니다.
괜히 장난끼가 생겨 툭툭치며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킥킥대며... 오늘이 혹시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도리어 묻습니다.
사무실로 쭉 걸어 들어오는데 저쪽 모퉁이 쪽에 앉아 있는 여사원이
책상위에다 뭘 펼쳐놓고서 고개를 숙인 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자리에 와 보니 책상위에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고...
혹시 간밤에 급한 메일은 없었는지 PC를 체크하고 있는데
여사원 둘이서 쭈삣거리며 고개를 내밀기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수줍은 듯 종종 걸어 들어와 배시시 웃으며 뭘 내밉니다.
예쁘게 포장된, 작은 필통만한 선물박스 두 개.
아하! 좀 전에 그 여사원이 바로 이 녀석...
만지작거리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빼빼로데이...
누가 뭐라고 하든 세상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어제 인사담당미팅을 마친 후 함께 저녁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빠지고 대신 마음이 무너져 있는 미성이를 챙기려 잠실 집으로 갔습니다.
무거운 분위기로 저녁을 함께 하고서 그냥 저녁을 보내기가 좀 그래서
쌀쌀한 날씨지만 그래도 마음먹고 오랜만에 동네 산책길을 나섰지요.
모두들 두툼한 외투를 입고서 잠뜩 움추린 채 바쁜 걸음들입니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코 앞에 와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한 후
수퍼 잎구 수북히 쌓여있는 빼빼로 두 개를 골라 집으로 가져 왔습니다.
우리 두 녀석에게 줄 엄마의 선물로.
- 201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