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반가운 봄비...
그나마 남은 벚꽃 다 지겠다.
아침 출근길,
밤비는 이 아침까지 그치지 않고...
내 마음엔 이은하 젖은 '봄비'가 흐릅니다.
우중 출근 길이지만 이내 회사앞.
마침 라디오에서 흐르는 슈베르트 '밤과 꿈',
회사 건물로 들어가다 멈추고 다 들었습니다.
차창으로 떨어지는 비, 나직이 흐르는 음악...
강석우가 진행하는 아름다운 당신에게...
요즘 저는 아침, cbs 음악FM 고정이지요.
런던에서 귀임하고서 바로 이듬 해
당시 대입이 목전이던 高3 우리 병인이,
대한민국이 익숙치 않았던 이 넘, 나, 지 엄마...
모두 난감하기 짝이 없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 이도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 이야기...
그 무렵 어느 날 나는
출장 귀국길 비행기에서 드라마 한편를 봤는데
'새는'이라는 MBC의 단막 드라마였습니다.
주인공은 대입에 한창 바빠야 할 高2 학생,
인생 최고로 중요한 고교시절, 여학생에 빠져
그만 정신줄 놓아버린 철없던 이 주인공 녀석!!
예쁜 그녀의 관심을 얻으려 온갖 짓 다 하는데
기타 연주를 보란 듯 잘~ 해 보려는 예쁜 짓도...^^
근데 아- 이 녀석 그러다 기어코 해 내고 맙니다.
그 해 교내 문학발표회에서 밤과 꿈을 연주하고,
다음엔 독서광이 되더니 여전히 관심을 안주는
그녀 앞에 부단히 애쓰다 종국엔 최하위권이던
학과 성적마저 SKY를 넘보는 경지에 이릅니다.
그 환골탈태한 모습이란...
When a man loves woman,
아- 한 남자가 여자에게 꽂혔을 때...
재밌는 이 녀석의 광기어린 변신을 잘 그렸는데
병인이의 대입이 우리 집 최대 현안이었던 시절
출장길에서 이걸 발견한 난 '그래, 바로 이것이야~'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양... 롤모델이 되길 바라며
이 녀석에게 가져다 보였지만... 아- 소설은 소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었습니다. ^^
잘 성장한 주인공은 K대를 졸업해 작가가 되고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
너무도 좋아했던 여학생, 그녀의 訃告를 듣습니다.
이 드라마는 작가가 된 그 넘이 옛 고향을 찾아
옛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제 눈엔 가히 학창드라마의 진수라 여겨집니다.
또 한 가지...
10여년전 당시 이 드라마 볼 때는 몰랐는데
올 설날 온 가족이 함께 이 드라마를 다시 보다가
극중에서 삼각관계^^였던 고준희라는 참한 배우도
알게 되었는데 그 땐 정말 깨끗하고 예뻤습니다.
이 극에서 맡은 배역도 내가 좋아하는 착한...^^
다시 슈베르트의 밤과 꿈,
극중에 주인공 그 넘이 기를 쓰며 연습하고 익히던,
혼자서 맘속으로 좋아하던 그 여학생을 앞에 두고
무대 위에서 연주하던 바로 그 곡입니다.
원래 슈베르트 가곡으로 발표된 곡,
기타 듀엣 혹은 피아노 연주도 참 좋지만
남자 테너가 깊이 울리는 음성도 너무 좋습니다.
봄비가 촉촉한,
기분이 썩 좋은 하루입니다.
- 2018.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