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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정월, 공주 정안 나들이

by arthe403 2023. 1. 28.

공주사는 종천이가 한 번 다녀가라 한 지 벌써 1년,
마침 여건이 된 상훈, 종우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정월 초, 겨울잠에 잠긴 시골 마을은 과연 어떨까...

시골마을 겨울 분위기는 뒤로 하고 해가 있을 때
우린 먼저 인근 백제유적지부터 좀 걷다 왔습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공산성,
1974년, 中2시절 부여 수학여행으로 내게는 이미
구면인 백마강 낙화암과 고란사...

낙화암 앞 비탈에 서 있는 300년 소나무 한 그루,
그 옛날 이 길 지나던 검정교복 까까머리에 14살
이 찬영이를 혹시나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낙화암을 걸으며 주고받은 우리의 역사담론^^...
어제처럼 한 번씩 옛 유적지를 거닐 때면 그간
서점에 널리고 널린 역사책 하나 제대로 읽지 않은,
어릴 적 허투루 역사를 알아 온 내가 밉습니다

사냥, 물고기. 투망, 멧돼지, 고라니...
벌통, 접붙이기, 밤 줍기, 이장님과 부녀회장...
내가 살아온 세상과 사뭇 다른 일상 언어들이
귀에 익숙해 질 즈음 우린 종천이가 건네주는
공주밤 한 봉지씩 받아 들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아- 福도 받은 이 친구...
오래 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정안에 정착하신 5대조,
5대 내리 살아온 여기에서 태어나 대학, 직장생활로
30여년을 떠나 살아온 고향에 수년 전 다시 돌아와
내일이면 구순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지요.

주변 동네를 다니며 "내 고등시절... 동네형이...
자전거 타고 가던 길, 교련복 입고..." ㅎㅎ
부럽기 짝이 없는 보석같은 옛 기억의 조각들을
이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흘립니다.

아직도 건강하신 선한 얼굴의 노모께서 차리신,
내 어머님 내 주신 듯한 정갈한 시골 아침상으로
서울로 향하는 우리 속을 든든히 채웠습니다.


TV에서나 익숙한 알쓸신잡에다 1박2일까지...
24시간, 콜레보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온 듯,
공주를 오가는 차안에서 나눈 얘기들과 함께
아주 알찬 정월 공주 정안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2019.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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