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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램

候鳥

by arthe403 2023. 1. 14.

후조(候鳥)  

                          -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 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 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 듯 보고 지은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이여

  이 타는 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 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200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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