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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뜨락

軍事郵便 - 돌잔치

by arthe403 2023. 1. 21.

옛날 軍事郵便에서...

 

**

 

成아,

 

...

 .....

 

 

그러니까 재작년 이맘때, 아니 오늘 이 시간이지.

 

거의 두 달간에 걸쳐 정신없이 마련했던 그 행사가

선배들의 수고했단 말 한마디에 몽땅 팔려 버린 것만 같아

또 오랜시간 우리의 수고가 헛되이 지난 것만 같아서

함께 준비한 우리들은 허탈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단다.

 

실은 우리 수고보다도 더 넘치는 선배들의 칭찬을 받았고

그래서 우리 다섯 - 태정, 광민, 신원, 정희, 나 - 은 다소

들뜬 상태였던지라 이를 재밌게 가라앉힐 길을 모색했었지.

먼저 카메라 남은 필름으로 돌벤치에 앉아 몇 번을 찍고서

우린 행사장 홀을 장식했었던 금은박지에 쓴 글들과 필라,

그리고 갖가지 색상의 장식초를 싸 들고 교문을 나섰단다.

 

잡다한 것들은 교문 옆 가게에다 맡기고 택시를 기다렸다.

그 시간이 벌써 열 두시가 다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원을 초과한 남녀 어린애들이 택시를 기다리니

차가 좀처럼 서질 않았겠지. 그래도 무한정 기다려

겨우 한대를 잡아타고 학교서 머지 않은 곳에 있던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윤광민이라고...

내 동기인데 그 때 그 걔는 부근에서 자취를 했었거든.

작은 방에 다섯이서 둘러 앉아 작은 테이블 위에다

흰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장식초를 켜고 준비한 다과를 놓고

불을 끄고 다시 한 번 우리들만의 파티를 했었다.  

너무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단다.

 

끝나고 난 후엔 그 흰 종이에다 제각기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너무 아름다운 얘기들이었는데...

그 때 그 흰 종이는 태정이 선배가 갖기로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훗날 우리들이 다시 모여 펴 보자고

약속을 했단다.

 

그 밤을 그렇게 하얗게 새우고

늦가을 짙은 안개가 자욱이 깔린 새벽보도를 걸었다.

한 친구가 부산에 집이 있었는데 역에다 바래다 주기 위해서.

그 날 따라 왠 안개가 그렇게 심했는지 모르겠다.

열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이를 그렇게 바래다 주고

모두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섰지.  

재작년 바로 오늘의 일이다. 무척 그립다.

 

.....

.......

 

                                                             188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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