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회사에서 人事가 있습니다.
승진과 보직 이동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회사에서는 대개 '定期人事'란 이름으로
매년 연초에 실시하고 있지요.
혹 높은 분들은 이름이 신문에 나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평생을 몸담아 온 조직을
뒤로하고 소리없이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지요.
엊그제 함께 일하던 선배동료 한 분이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흔히들 얘기하는 "짤린" 것이지요.
그 역시 지난 이십 수년간 지구촌 각국을 발로
누비며 젊음과 열정을 묵묵히 외길 하나에 쏟아
부었는데 그 외길, 사랑하는 일터를 떠난 것...
여러 가지 회한과 소감, 앞으로의 계획을 몇 줄
글에 담아 가까운 선후배 동료들에게 보내고선
훌쩍 떠났습니다.
"먼저 갑니다. ..."
어제 아침. 회사내 승진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된 명단에 들지 못한 몇 몇 동료들과
위로의 자리를 만들어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낙심과 실망으로 의기 소침해 있는 그들과 함께
人生事, 숱한 얘기들을 나누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지.. 그리고 우리네
긴 인생행로에 그노무 승진이라는 것이...
저녁식사 후 답답한 가슴으로 집에 왔더니 아내가
침울한 얼굴로 무너진 마음을 달래고 있었지요.
평소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다른 선배 한 분이
이번 인사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는데 친동기처럼
가깝게 지내온 그 분의 부인과 통화했다는데...
이 '마른하늘 날벼락',
이만리 떨어진 두 사람간 전화통만 붙들고 같이
눈물 한말씩 쏟은 모양입니다.
나도 드디어
5년간 주재를 마치고 1월 말 본사로 귀임합니다.
그간 많이 희망하고 바라던 결과여서 참 좋습니다.
사실 아내는 벌써부터 기대감에 마음이 들떠 있기도
했지요.
"주재기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성과와 보람도 많았습니다.
그 동안 해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앞으로 회사에
더욱 쓸모있는 인물이 되겠습니다."
이렇듯 모범답안을 혀끝에 달고
바라던 서울로 들어가는데...
회사에서,
人事의 뒤안길에 널린 씁쓸한 단면들을 보면서
마치 머지않은 훗날 나의 일 같기만 해서
쉬 눈길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인생이 마냥 무지개 빛만은 아닌 터,
궂은 날을 대비해 신발 끈부터 단단히
동여매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 2006. 1. 4 런던에서
'살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탈 (0) | 2023.01.19 |
---|---|
이 어수선한 중에도 (0) | 2023.01.19 |
ㅎㅎㅎ (0) | 2023.01.19 |
Old Friend (0) | 2023.01.19 |
기러기 연서 (0) | 2023.01.19 |